도서관에 가면 발길은 자연스레 800번대 책들로 향한다. 좀 더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어볼까라는 생각(독서마라톤 기록장에 달린 피드백덕분)에 기웃거리다가 눈이 간 책. 하얀 하드커버 책표지에 적힌 단정한 서체의 나의 문구 여행기.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용기에 대하여라는 상투적인 부제에 시비 털고 싶은 마음이 더 크지 않았을까?)
저자는 서촌에 위치한 아날로그 키퍼의 대표이다. 이 책은 아나로그 키퍼의 탄생기록이자 저자에게 용기와 영감을 준 다른 나라의 문방구들을 소개하고 있다. 단순한 소개가 아니라 저자의 문구에 대한 시각이 엿보이는 리뷰여서 흥미롭게 읽었다. 대표님의 리뷰를 보고 꼭 가보고 싶은 문방구 목록이 생겼다. 아쉽게도 물 건너 있는 곳들이라서 바로 다다닥 다녀보고 저는 이랬답니다!!!라고 할수가 없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분명하게 아는 것! 나 밖에는 모른다.
꿈에 그리던 문방구에 갔지만 사진 찍는 것이 부끄러워 여행이 버겁다고 생각한 나약한 마음, 문구가 너무 좋아서 더 많은 정보를 묻고 싶어도 유별난 사람처럼 보일까봐 속으로 삭힌 날들, 내가 좋아하는 것에 굳이 이유를 붙이려 애쓰고 이유가 없으면 가치가 없는 거라고 생각한 어리석음,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거야!'라고 말할 용기가 없어서 대충 얼버무렸던 수많은 이야기들이 떠오르자 더 부끄러워졌다. p.97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감히 내가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고 말하겠다. 나는 나를 위로하고, 용기를 주고, 격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벽에 자괴감에 파묻혀 흐느껴 울어도 다음 날 스스로를 다독이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렵고 무서운 일 앞에서 벌벌 떨다가도 한 발자국 내디딜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나에 대해 확신이 없는 만큼 노력하고, 그런 나를 믿기 때문이다. 나의 잘못을 내 힘으로 해결하려 하고, 무엇보다 나로서 내 인생을 사는 것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여행에서 발견한 새로운 내 모습이 사랑스럽고 대견하기 때문이다. p.99
kikiki.K (런던 코벤트 가든 길목에 있는 가게) 스웨덴 브랜드로 노트와 다이어리를 주력으로 다양한 '쓰기 생활'을 제안하는 문방구라는 소개 글이 매력적이었다. 쓰기 생활이라니... 일상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쓰기를 즐기면서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도구들. 종이와 필기도구. 각종 문구류들을 늘어놓은 책상 위... 마법진을 완성하는 것. 마법을 완성하는 마지막 주문은 결국 나를 아는 것!
재화가 한정되니 생활과 생각이 단순해진다. 어디에 가고, 뭘 먹고, 어떻게 집에 돌아올지만 고민하면 된다. 잡생각이 많아지면 불안해지는 나에겐 꽤 괜찮은 일상이다. 어제 간 서점에서 본 책을 비싸서 못 샀는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그 책이 생각났다. 왠지 정말 1달러짜리 피자만 먹는 일주일을 보내게 될 것 같다. P.158
여행을 기억하는 방법. 기록. 다양한 기록의 방법들.
<방문해야 할 문방구>
도쿄의 세카이도, 큐교도, 이토야
베를린의 모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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