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곳

누구의 잘못인가?

쫌~ 2022. 2. 23. 18:03

아이들의 다툼을 중재하다보면 말문이 막히는 이유들이 있다. 그 중에 (심심찮게 자주 등장하는) 준다고 했는데 안준다고 내놓으라고 싸우는 일이 있다.
두 녀석 모두 세상 억울하지만 눈물콧물 범벅인 녀석들 중 대부분은 받지 못한 아이이다. 맡겨놓은 것 찾는 입장도 아니고, 상대 아이가 꼭 줘야하는 상황도 아니고, 내 것이 아닌데 이 아이는 이미 마음에 자기의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주면 고마운 것이고, 심지어 주고 안주고는 그 것의 소유자의 마음인 것인데... 말을 경솔하게 내뱉은 녀석은 몰랐을것이다. (정말 모를까?) 상대가 이렇게나 속상해할지... 그리고 그 때 기분은 선물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아닐수도 있지. (변절자라고 욕하고 싶지만 마음이 변했다는데 별도리없지... 그저 너무 가벼운 친구이니... 상대가 걸러 들어야지.)
누구 잘못인가?
선뜻 준다하고 맘 바뀌었다고 모른 척 하는 사람?
내 것이 아닌데 준다했다는 말 한마디에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사람?

보통은 말을 하기 전에 좀 더 신중하길 권하고, 선물은 주는 사람의 마음이라고 속상함을 달래준다.

요즘 내가 딱 저 어이없는 아이다.
준다했으니까 내 것이라고 내놓으라고
준다고 했던 적도 없었다는데
난 무엇을 보고 그렇게 믿고 있었던건지
뻔뻔하고
어리석다.

차이가 있다.
여름에 에어컨을 틀면 누군가는 덥다고 온도를 낮춰달라하고 누군가는 춥다며 온도를 높여달라한다.
보통은 약자에게 맞추자라며 규칙을 세우게 되는데...
마음의 속도 차이에서는
약자가 누구일까? 맞출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나?
이제 싫다는데 같이 시작한 것이니 니 마음도 나와 같아질때까지 기다려줄게는 ... 아닌 듯

그럼
서로의 다름을 확인하면
간단하고 깔끔하게 해결인데
세상 구질구질하게 구걸한다.

가짜라잖아.
가짜 마음. 가짜 관계. 가짜 사랑. 가짜 시간.
가짜 대화.

너무 심심하다.
심심해서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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