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곳

지금 이 순간

쫌~ 2022. 4. 11. 00:33

없다. 지금은 없다.

이번 주말만 되어도 내년의 봄을... 꽃을... 기약하리라. 지금 꽃을 보면서도 내년에는...이라는 생각을 하더라. 뭔 노무 약속을 그렇게 많이 선물처럼 쌓아두었을까.
두려워하지 말고 그냥 들여다보라는 말을 들으면서 도대체 뭔 소리인가 싶었다. 어떻게 들여다보라는 것인지. 의미는 전달되었지만 말의 내용을 분명히 이해했는데 뭘 어쩌라는 것인지 그냥 떠다니는 말들. 내 말들도 저렇게 공허하게 닿지 못하고 떠다니는 것들이 있겠지? 눈에 말들이 보이면 좋겠네. 그냥 떠돌아다니는 말들과 상대에게 닿아 그에게 스며들어 없어지는 말들. 떠돌아다니는 말들이 점점 쌓여 둘 사이에 전달될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줄어들어 서로에게 더 이상 닿을 수 없게 탁해져 버리는... (짧게 스친 생각이지만 발전시키면 sf 장르로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다 싶었는데... 사람에 대한 이해도 없고 관심도 없는 새끼가 무슨 이야기냐...)
예전에 누군가의 손이 내 몸에 닿는 것이, 내 손이 다른 사람의 몸에 닿는 것이 좀 이상했던 적이 있다. 싫은 것은 아니고 몸이 닿으면 입에서 쇠맛이 느껴져서 갑자기 공기까지 달라지는 느낌에 나도 무심결에 닿은 손을 거두어들이고 몸에 안닿게 하려고 신경 쓰던 때가 있었다.
요즘 다시 그렇다. 한동안 하지 않았던 악수를 하는데 의례적인 악수조차 쇠맛이 나서(이렇게 쓰니까 정말 이상하네) 괜히 손을 내밀었다는 후회가 되었다.
얼마전에 꿈에서 안아주는데 엄청 위안이 되길래 앞으로 인사를 허그로 할까 싶었는데 입에서 쇠맛이 나서 포기. 영 기분이 별로다.
쇠맛이라고 표현했지만 피맛... (와 무슨 맛인지가 뭐가 중요하냐. 생각하고 쓰려니까 너무 께름칙)

퇴근길에 후배들이 열댓걸음 앞에서 걷고 있는 것을 보고, 손 좀 잡아보게 손 좀 달라고 말해볼까라고 생각하는데 입 안에서 쇠맛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빠졌다. 빨리 집에 가서 양치하고 싶어졌다.

매일 출퇴근길에 지나간다. 거기에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지나갈 때마다 생각은 한다. 무엇을 기억할까를 골라본다. 그리고 무엇을 버릴까를 골라본다. 하루에 하나씩 지우고 채우고 하다보면 언제가는 거덜나는 날이 올테니. 시간의 힘에 기대어 골라본다. 아니 망할 과학 기술이 이토록 발전했다는데 기억따위 다 망상인데 이걸 어찌 못하나

욕할 대상이 없다. 근데 정말 나쁘다. 그러니 정말 건강하고 행복해라. 꼭 그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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