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곳

아침가리(인제)

쫌~ 2023. 8. 9. 08:40

계곡 트레킹의 대표 주자.
찾아보니 다양한 계곡 트레킹 장소들이 있었는데...
지난 겨울 인제 자작나무 숲에 갔다가 들렀던 송희식당의 황태 정식을 먹고 싶어서 고민도 없이 추진.
아침으로 송희 식당(8시 30분 오픈)에서 황태 정식을 먹고, 아침가리(40분 정도 이동)에서 계곡 트레킹을 하고, 늦은 점심으로 길매 식당 두부 구이 정식을 먹기로 계획. 아침에 6시 30분쯤 출발했는데 도착하니 8시 10분 정도. 가게 옆에서 기다리는데 고소한 황태국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냄새를 맡자마자 뽀얀 국물의 고소한 기억이 떠올랐다. 결국 두 그릇 클리어! 황태구이는 자극적이지 않고 엄청 부드럽다. 모든 반찬이 다 맛있다. 이름 모르는 나물들도 각각의 향이 살아있어 밥과 함께 이것 저것 먹다보면 한 그릇이 부족하다. 

만족스러운 아침 식사 후 아침가리로 가기 위해 방동약수터를 도착지로 설정하여 출발. 방동약수터에서 시작해도 되지만 개인 차량으로는 더 올라갈 수 있다고 하여 일단 지도를 보고 올라갔다. 살짝 헷갈리는 구간이 나오는데 방동약수터로 들어가지 말고 직진하면 주차장이 있다. 주차장을 오른편에 두고 그대로 직진. 차량 한 대만 지나갈 수 있는 폭의 길이 이어지며 중간 중간 회차 가능한 공간이 있다. 스무대 정도의 차량이 주차할 정도의 공간이 있고, 관리하시는 분이 계신다. (이 분의 맹활약으로 집에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너무 감사했다.)

방동약수터에서부터 올라오면 산길을 꽤 많이 걸어야 한다. 여기서부터도 꽤 많이 걸어내려갔다. 원점회귀를 마음에 두고 있던터라 계곡을 향해 내려가면서 돌아올 때의 오르막이 꽤나 막막했다. 보통 도착지에 주차를 하고 (도착지에는 탈의실도 있고, 주차장도 넉넉) 택시로 이 곳까지 이동한다고 한다. 내려가면서 도착지에서 그냥 택시타고 차 찾으러 오자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 길을 호다닥 뛰어올라오게 될줄이야...

아주 넉넉하게 1시간이면 조경동다리에 도착한다. 계곡 뿐 아니라 산길에서도 전화 통화가 잘 되지 않는다. 혼자올 때는 꼭 주변에 연락을 하고 오는 것이 좋겠다. 

영화같은 장면! 물이 너무 맑아서 물고기들의 움직임이 다 보인다. 이 날 날씨도 좋았지만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보며 걷는다면 10시간이고 100시간이고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물의 깊이가 꽤나 깊은데 너무 맑아서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으니 스틱은 필수!! 신발을 신은채로 옷을 입은 채로 물에 들어가보는 것이 다 커서 쉬이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ㅋㅋㅋㅋ 너무 즐거웠다. 어린 시절 보았던 흐르는 강물처럼 이라는 영화가 계속 생각났다. 몇 년 전에 플로리다 여행에서 갔었던 스프링들이 생각났다. 

물에서 무언가를 한다면 중간에 삐끗해서 물에 빠지는 것은 국룰! 천만다행으로 배낭 속에 물건들은 지퍼백에 다 넣어두었고, 폰도 몇 년만에 꺼낸 방수팩에 넣어두어서 미끄러져서 물에 빠졌지만 시원하고 오히려 좋아!

이렇게 끝났다면 아름다운 추억이었겠지만... 미스테리 한 스푼! 
방수팩에 전화기를 넣고 꺼내기가 귀찮아서 사진도 많이 안찍다가 물에 빠진 뒤에 사진을 찍겠다고 폰을 꺼냈는데 마침 통화권에도 들어왔던 듯.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받았더니...

주차한 곳에 계신던 분에게 전화가 온 것. 차에 시동이 걸려 있다고... 어디서 노랫소리가 계속 들려서 둘러보다보니 내 차에서 라디오 소리가 나고 시동이 걸려있는 것을 발견하셨단다. 차키는 내 배낭 속에 있는데... 시동이 계속 걸려있다니... 감사하다고 대답하고 재빨리 왔던 길을 되돌아 가기로 했다. (이미 기름 경고등이 들어온 상태였고, 주차하고 몇 시간이나 걸어 온 뒤였는데 목적지까지 갔다가 택시를 타고 올라가는 것이 빠를까 되돌아 가는 것이 빠를까를 고민하다... 젖은 옷으로 택시를 탈 수 없을 것 같아 잽싸게 되돌아 가기로 결정.) 한참을 걷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어서 연락 주신 분께 차문이 열려 있으면 시동을 꺼줄수 있는지 여쭈어보았다. 처음엔 시동이 안꺼진다고 하셨는데 길게 누르리 시동이 꺼졌다고 해주셨다. 연락주셔서 너무 감사했고, 포기하지 않고 시도해주셔서 감사했다.   

 

계곡으로 내려거는 길. 숲 속 길은 아니지만 나무 그늘이 중간 중간 있어서 적당하게 시원.

중간 중간 폰으로 담은 순간들. 액션캠 충전은 실컷 해놓고 집에 모셔두고 안가져가다니... ㅋㅋ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하여 잽싸게 달려간 길매식당. 기름 경고등에 불이 켜진 채로 8km를 달려 주유하고 드디어 편안한 마음으로 운전. 두부구이 정식. 들기름에 바로 구워주는 두부가 맛이 없을 수가 없지 않은가. 역시나 반찬 모두 슴슴하지만 간이 적당해서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