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려주고픈

우리들의 웃긴 시간을 기억하며

쫌~ 2024. 12. 9. 21:39

  위즈덤하우스의 위픽 시리즈.

관계를 끊는다는 표현의 단어로 절연이 있는데 어느 순간 손절이라는 표현을 더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 손절은 주식 용어 아닌가?라는 생각에 검색을 했는데 대를 이을 자손이 끊어지다는 뜻도 있었다.
각설하고... 환경의 변화로 관계가 희미해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의지로 관계가 정리되는(하는) 경험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강화길. 도서관 서가에서 작가의 이름 석 자만 보고 망설임 없이 빌려온 책.

함께 웃고 울고 떠들던 동경하던 친구를 떠나보내게 되는 경험. 책에서 자세하게 나오지 않지만 쉽지 않았을 것이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둘 다 서로를 끊어냈던 것일 텐데 아마 누군가는 버려졌다고 느끼겠지. 어쩌면 둘 다 그렇게 느낄지도...
시간이 흐르면 대부분의 기억이 흐려져서 무뎌지지만 어떤 부분은 더욱 또렷해진다.
다시는 용희를 만날 수 없는 것과 막이 쳐진 상태로 만나는 것. 뭐가 더 고통일까?

하지만 용희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영희’를 좋아하긴 했지만, 용희와 함께 ‘영희’를 제임스 하는 것이 더 좋았다. 함께 누군가를 언니라고 부르고, 그들의 재능을 칭찬하고 감탄하고 사랑하는 것. ‘영희’의 건너편에 용희와 나, 그러니까 ‘우리‘가 있다고 믿는 것. 우리가 함께 바라보는 존재. 그들을 향한 환희. 그 기쁨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 용희와 함께 있을 때면 내 마음은 언제나 충만했다.  p.25

그해 공연에 다녀온 뒤 우리 관계는 조금씩 삐걱거렸지만, 겉으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계속 함께 어울렸고 맛있는 걸 먹으러 다녔다. 하지만 뭔가 달라졌다고, 분명 달라져버렸다고, 나는 계속 느꼈다.  p.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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