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옷 입. 웅. 뭔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 나오는 녀석의 표정. 시위하는 녀석을 뒤로하고 읽을만큼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짧은 분량이 마냥 아쉬웠던 이야기도 있었다.
상식의 선이 다른 이들(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이들은 소시오패스, 나르시시스트, 히키코모리, 리플리증후군, 사이코패스)의 짧은 이야기. 이 책을 읽을 때, 밀리의 서재 오디오북으로 듣고 있던 책이 '탕비실'이었는데 묘하게 매치가 잘 된 병렬 독서였다.
선희가 나에게서 분리되려 한다. 내 젊음과 노동력과 시간을 잡아먹어 홀로 빛나는 꽃이 뿌리로부터 도망치려 한다. 꽃은 뿌리 없이는 오래 유지할 수 없다. 자유를 느낄지언정 곧 말라 죽어 버릴 텐데. 그건 나에게도 선희에게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p.46
있잖아, 언니를 보고 있으면 나를 보는 것 같아. 이번 생이 아닌 다른 생의 나. 차원의 틈새에서 길을 잃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버린, 저주 같은 강박에 사로잡혀 누구보다 희생적인 척 지독하게 이기적인, 버려진 어린애처럼 겁에 질려 스스로를 똑바로 바라볼 줄 모르는 어리석은 나. p.65
조예은 작가의 아메이니아스의 칼.외현적 자기애적 성향의 동생 선희와 내현적 자기애적 성향의 언니 수미의 이야기.
6년 전 회사에서는 아무도 수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수의 옆구리를 꼬집던 상사의 손이 뺨으로 올라오기까지, 손으로 뺨을 치던 상사가 발로 정강이를 걷어차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날 정강이를 맞은 수가 바닥에 쓰러지자 상사는 수의 복부를 발로 걷어찼다. 정신이 아득해지던 순간 수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폭력이 아닌 침묵이었다. 스무 명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회사 사무실이 너무나도 조용했다. 마치 물속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p.83
임선우 작가의 지상의 밤.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쳐 자기의 방에서만 지냈던 수는 유일한 보호자였던 아버지의 죽음이후 해파리가 되기로 결심하는데... 마지막 결말까지 수가 어떤 사람인지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작가의 말에 적혀 있던...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려던 인간이 결국 도망치려는 마음으로부터도 도망치는 소설을 썼다...
나는 내가 스스로 변화나 역동을 창출할 수 없는 사람임을 잘 안다. 나는 사람을 대상화하고, 나아가 이상화하고, 마치 내 우상처럼 모시다가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그 마음 전부가 무너져 몹시 고통스러운 - 이것은 심신 양면에 걸친 일이다. - 상태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갈라진 사이는 아무리 봉합하려 해도 내 성정과 기질상 어렵다. p.139
리단 작가의 레지던시. 읽으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모호했던 작품.
정지음 작가의 안뜰에 봄.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애매하지도 않았지만...뭔가 분량이 아쉽다. 더 풍성한 이야기가 숨어 있을 것 같은데...
설득보다 속이는 게 쉽고, 속이는 것보다 죽이는 게 더 편하다. p.243
소설은 말도 안 되는 상상을 마링 되게끔 만드는 작업에서 시작한다. p.264
소설은 자기의 과시욕을 채우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다. p.270
전건우 작가의 없는 사람. 뭐라도 쓰면 재미가 없어지니... 산뜻한 반전은 아니지만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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