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려주고픈

2025.5. 아날로그(그리다가,뭉클)

쫌~ 2025. 5. 29. 09:48

 꽤 오래전 매일 그림을 한 장씩 그리던 해가 있었다. 어느 해인가는 매일 같은 시간에 사진을 찍어 기록을 하기도 했다. 기억하고 남기고 싶은 열망은 여전히 남아 책을 읽으면 그날의 마음을 기록한다. 

 그런데, 지금은 아예 간단히 그린다. 대충 그려도 나무가 되는 걸 경험한 다음부터는 이렇게 그린다. 이러나저러나 입맛대로 그리면 그게 곧 그림이라고 알려준 인상파 선생님들이 내 든든한 뒷배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p.139

 그러니까 몇 가지 정도는 그냥 외워 둔다. 이건 그림을 좀 빨리 그리게 해 줄 치트키인데 마치 구구단을 외워 쓰는 것 같은 꽤 쓸모 있는 방법이다. 처음 듣는 말이라면 속는 셈 치고 민간요법처럼 그냥 한번 해 보기를. 살다가 만난 문제가 경험으로 풀릴 때가 있다....  결국 오늘 겪은 모든 일이 다 소중해진다. 쓸모없는 경험이란 없다는 뜻.  p.192

 인간관계 속에서 '믿음'이 흔들릴 때가 있다. 오래된 관계여야 흔들림도 생기는데 이때는 섣불리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적어도 그 상황 속에서 '진심'이 무엇일까 생각한다. 어쩌면 진짜 마음과는 다르게 오해일 수 있는 거니까. 그래서 나름의 검증 단계를 거친다. 이때 작동하는 게 '경험'이다. 그 관계가 오랜 시간 만들었던 수많은 지난 흔적을 살피면서 나름의 합리적인 알고리즘을 만들고 그 안에서 생각을 해 보는 거다. 대부분 그 경험 안에서 진심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다. p.298

 늦은 오후 넘어가는 해의 끝자락이 방에서 떠나가기 전 어지러운 책상 위를 대충 치우고 종이 위에 선들을 그리는 손을 바라보며 폭신한 의자에 앉아서 손을 움직이며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읽어내려간 책. 대꾸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순간도 흐음..으로 퉁치며 내 속에서 가열차게 나는 이렇게 생각해라며 막 쏟아내기도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