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1...문을 열다.
p.13
... 그녀는 눈동자만 움직여 택시등록증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무면허 불법택시 같진 않다. 정규 택시미터기가 달렸고 정확히 요금을 새기고 있다. 2150엔이라는 요금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운전기사의 이름이 적힌 등록증은 어디에도 없다...
p.23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제부터 평범하지 않은 일을 하려는 거예요. 그렇죠? ... 그래서 그런 평범하지 않은 일을 하고 나면 일상 풍경이, 뭐랄까,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어요. 하지만 겉모습에 속지 않도록 하세요. 현실은 언제나 단 하나뿐입니다.
눈동자만 움직여와 운전기사의 이름이 적힌 등록증이 없다는 2 문장이 택시라는 공공의 장소 같지만 폐쇄된 공간 속의 긴장감을 무섭게 바꾸어 놓았다. 뭐야 스릴러야?
이내 몇 장 넘기지 않아 환타지야?
이상형.
p.54-55
...이 상상력은 평범한 게 아니야.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문장력은 시원찮아. 아주 조잡하기 짝이 없어. 허나 자네는 문장을 잘 써. 소질도 있고 감각도 있어. 덩치는 크지만 문장은 지적이고 섬세해. 필력도 확실하고. 그런데 후카에리와는 반대로, 무엇을 써야 할지 아직 제대로 갈피를 못 잡고 있어. 그래서 때때로 이야기에 심지가 보이지를 않아. 자네가 원래 써내야 할 이야기는 분명 자네 안에 있을 거야... ...후가에리가 가진 거칠기 짝이 없는 이야기에 덴고의 재대로 된 문장을 합친다. 아주 이상적인 조합이야...
p.107
...사랑이라든가 성적인 욕망이라든가 그런 게 아니다. 뭔가가 작은 빈틈으로 들어와 그의 내면에 있는 공백을 채우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후카에리가 만들어낸 공백이 아니다. 덴고의 내면에 원래부터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거기에 특수한 빛을 들이대 새삼 비춰낸 것이다...
p.112
욕구라기보다는 갈망이라는 게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p.406
"그때는 그에게 분명하게 털어놓을 거야. 내가 이번 인생에서 사랑한 사람은 단 한 사람, 당신밖에 없다고."
p.407
"아무리 얼굴이 변했어도 한번 보면 나는 알아. 못 알아볼 리가 없어."
p.408
"단 한 사람이라도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면 인생에는 구원이 있어. 그 사람과 함께하지 못한다 해도."
살인청부업자나 뭐 그런건가?
p.83-84
...그녀는 자신이 둘로 분열되어 있는 것을 안다. 그녀의 반은 매우 쿨하게 죽은 자의 목덜미를 누르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나머지 반은 지독히 겁에 질려 있다. 모든 것을 내던지고 당장 이 방에서 도망치고 싶어한다. 나는 이 곳에 있으면서, 동시에 이곳에 없다. 나는 동시에 두 개의 장소에 있다. 아인슈타인의 정리에는 반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것이 살인자의 선이다...
학생과 선생의 관계. 청출어람.
p.118
...후카에리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 자네가 매개체가 되어 후카에리의 세계와 이 현실세계를 이어보는 거야. 덴고, 자네는 할 수 있어...
제목의 비밀.
p.240
...좋든 싫든 나는 지금 이 '1Q84년'에 몸을 두고 있다. 내가 알고 있던 1984년은 이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은 1Q84년이다.
공기가 바뀌고 풍경이 변했다.
나는 이 물음표 딸린 세계의 존재양식에 되도록 빨리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로운 숲에 내던져진 동물과 똑같다. 내 몸을 지키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이 장소의 룰을 한시라도 빨리 이해하고 거기에 맞춰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아다치 미츠루 만화의 챕터 제목들은 그 챕터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던지는 말이다. 그래서 늘 제목을 보면서 누가 어떤 상황에서 한 말일까를 궁금해하며 읽는다. (본다)
책 제목의 비밀을 알려주는 9장의 소제목이 '풍경이 변하고 룰이 바뀌었다.' 이다.
29살 여자의 통찰
p.410
"하지만 메뉴든 남자든 다른 뭐든, 우리는 스스로 선택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은 건지도 몰라. 그건 이미 일찌감치 정해진 일이고, 우리는 그저 선택하는 척하고 있는 것뿐인지도. 자유의지라는 거, 그저 나만의 선입견인지도 모르지.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
꽤 오랜 시간 세상을 바라 본 늙은 문화인류학자의 통찰
p.492
"앞일은 누구에게나 미지의 영역일세. 지도는 없어. 다음 모퉁이를 돌았을 때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그 모퉁이를 돌아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어. 짐작도 못 하지."
p.499
"...폐쇄적인 동질 집단에서는 다양한 일이 일어날 수 있어."
p.502
"아니, 미끼라는 말은 적절하다고 할 수 없어. 소용돌이를 일으킨다는 게 오히려 가깝겠지. 이윽고 주변의 것들이 서서히 그 소용돌이에 휘말릴 게야. 나는 그것을 기다리고 있어."
"그 소용돌이의 중심에 있는 건 에리야. 소용돌이의 중심에 있는 것은 움직일 필요가 없어. 움직이는 건 그 주위의 모든 것이지."
인생
p.432
"...그저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기자고. 이런 건 평생동안 그리 자주 찾아오는 일이 아니야. 화려한 피카레스크 소설의 세계야. 각오를 단단히 하고 악의 냄새를 흠씬 즐겨. 급류타기를 즐기자는 말이야. 그리고 폭포 위에서 떨어질 때는 함께 요란하게 떨어져보자고."
진화심리학
p.456
"...우리가 행복하건 불행하건 그들은 알 바 아니지요. 우리는 그저 수단에 지나지 않으니까. 그들이 고려하는 것은 무엇이 자기들에게 가장 효율적이냐는 것뿐이에요."
p.457
"...하지만 우리 삶의 방식의 근본을 지배하는 건 유전자예요. 당연한 일이지만, 거기에서 모순이 생기게 되지요."
BOOK2...들어가다.
p.95
이건 진짜 현실일까. 자신에게 그렇게 물었다. 하지만 현실이 아니라면, 다른 어디에서 현실을 찾아야 할지 그녀는 짐작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우선은 이것을 유일한 현실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어떻게든 이 현실을 살아낼 뿐이다.
죽는 건 두렵지 않아. 아오마메는 다시 한번 확인한다. 두려운 것은 현실이 나를 따돌리는 것이다. 현실이 나를 두고 가버리는 것이다.
p.542
"어쨌거나 이제 원래 세계는 없어." 덴고는 말했다.
후카에리는 가만히 어깨를 움츠렸다. "우리는 여기에서 살아가요."
1984년의 세계. 내가 원래(?) 있던 그 시.공간
1Q84년의 세계. 미묘하게 달라져 있던 주의깊게 살피지 않으면 알아챌 수 없는 세계
덴고의 고양이 마을과 아오마메의 1Q84의 세계
BOOK3...또 다른 세계의 문을 열다.
아유미와 아다치 구미
누워있던 덴고의 아버지와 끊임없이 문을 두드리는 덴고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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