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5

영원한 관계는 없지만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채운에게는 뭉치. 지우에게는 용식. 소리에게는 엄마. 채운에게 지우와 소리. 그리고, 엄마가 지우에게 소리와 채운. 그리고 선호 아저씨가 소리에게 지우와 채운. 그리고 아빠가 마지막 끈이라고 생각하던 것이 끊어졌을 때, 아공간에 홀로 떠 있다고 생각한 그 순간 희미하게 보이던 다른 끈이 선명해지기 시작한다. 영원한 관계는 없다. 유한한 존재이기에 언제까지고 함께 할 수 없기도 하고, 어느 순간 관계성이 달라지기도 한다. 소리처럼 스스로를 고립시켜 자기를 지키기도 하고, 채운처럼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회피하기도 한다. 지우처럼 자신을 던져 소중한 무엇을 지키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어떤 방식이든 외롭고 막막하다. 나를 향한 또 다른 손들이 있음을 알기 전까지는... 등장 인물들이 보여주는 이야기는 한 문장..

들려주고픈 2024.09.26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주.

처음 읽어보는 작가의 책. 시작하자마자 어머어마한 사건을 던졌다고 생각했다. 기자들 오고 난리 법석...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계속 이야기가 지지부진한 느낌이었다. 뭔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딱 보여주지는 않고 어마어마한 사건이라 생각했던 첫 장면은 별것 아니었고... 그래서 책의 2/3 지점까지는 갑까-압한 마음이었다. 안갯속을 걷는 답답함. 나리가 수미에게 여안까지 운전해달라고 이야기하는 장면부터 달라졌다. 자신을 마주하면서 이야기는 힘을 내기 시작한다. 아직까지 주요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다 이해할 수 없다. 작가는 친절하게 인물들의 마음을 다 보여주지 않는다. 독자가 채워 넣어야 하는 행간이 많은 글이다. 딴산 사람들은 서로를 유추하지 않았다. 그이가 결핵 환자였는지 천애 고아였는지 노숙 정신병..

들려주고픈 2023.10.23

디스토피아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면... 이곳은 경기도 오산.

천선란 작가의 추천이라는 한 문장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솔직히 요즘은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보면 먼 나라 남의 일 같이 느껴지지 않아서 읽고 싶지가 않다. 제목이 사람이 없는 땅이라 하고 표지 디자인도 그렇고 기후 난민이라는 표현도... 너무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의 이야기가 펼쳐지겠다 싶은데 ... 읽어보면 알게 된다. 희망을 이야기하고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처참함을 서술하고 있지만 그 너머를 보여준다. 영상으로 만들면 좋겠다. 물론 미니 시리즈는 아직 택도 없다. 갈등 구조가 약하고 사건이 단조롭다. 하지만 1,2회짜리 단막극으로 구성하면 기후 난민이라는 너무 참신한 소재를 몰입력 있는 캐릭터들로 끌고 가기에는 매우 훌륭하다. 그래서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기후 재난으로 기존의 사회 질서가 무..

들려주고픈 2023.08.14

충분하지 않다.(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역시 천.선.란. (드라마나 영화 관계자분들은 뭐 하고 계십니까?!?!?) 등장인물들의 서사를 모두 담기에는 분량이 너무나 약하다. 완다와 릴리의 서사를 따로 다루고, 수연과 난주의 이야기만으로 구성했어도 충분했을 텐데... 다 너무 아쉽다. 그녀들의 이야기가 다 충분하지 않다. 그레타도... 아니 이런 기가 막힌 세계관을 구축했는데 속은 언제 다 채울 생각이십니까! 작가님. 시리즈물로 각 인물들의 이야기를 채워가면 좋겠다. 나인을 읽고 나서도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 이야기는 시작하다가 끝나버린 듯해서 너무나 아쉽다. 아쉬워도 충분히 재미있다. 충분하지 않은 것은 지면의 분량!!! "외로움과 고독 끝에 몰린 사람들은 울지 않거든. 잊었다고 해야 할지 소용없는 걸 안다고 해야 할지. 영혼 없는 ..

들려주고픈 2023.03.15

網內人 네트워크에 사로잡힌 사람들

"당신에게 예의 갖춰 말한다고 해서 조사에 도움 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런 쓸데없는 기력 낭비를 합니까? 아까 그건 '에의'가 아니라 사회공학Social Engineering이라는 겁니다." (컴퓨터 보안에서 인간 상호작용의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사람들을 속여 정상 보안 절차를 깨트리는 비기술적 침입수단. 우선 통신망 보안 정보에 접근 권한이 있는 담당자와 신뢰를 쌓고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그들의 약점과 도움을 이용한다.)아이가 들어본 적 없는 낯선 단어이다. "이 기술에 능통한 해커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수단으로 시스템에 침입할 수 있죠. 대화나 위장 신분 등으로 비밀번호를 알아낸다거나 다른 사람의 손을 이용해서 침입하는 겁니다."아녜가 냉소적으로 말했다. "세상에서 제일 파훼하기 쉬운 성벽이 바로 인류..

들려주고픈 2018.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