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낱말들로 가득 찬 책. 대출 연장을 한 번 한 뒤에도 반납일 하루 전에서야 마지막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그림을 엄청 그리면서 읽은 책. 머릿 속으로 그려질만큼의 배경지식이 없던 덕(?)분에... 그리고, 중간 중간 관련 내용을 찾아보면서 봤지만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로키와 대화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속도가 붙었다.
지구에 위기가 닥친다.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전 세계가 힘을 합치고, 위기를 해결할 숭고한 인류애를 가진 해결사들을 우주로 보낸다. 그레이스(나중에 기억하게 된다. 자신은 도망치고 싶었는데 마지막 희망이 되어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의 마지막 결정을 보면 그렇게 말한 것 뿐이라 생각한다. 투정부린것이라고. 너무 두려워서. 그게 스트라트 앞이었기에. 어리광을 부린 것이라고.)는 모두의 희망대로 임무를 완수한다. 이 책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을 다 제외하고 적어보았다. 이 책은 우주와 지구 위기가 배경인 사랑 이야기이다.
나는 흐느낀다. 아무 경고 없이 울컥 쏟아지는 울음이다. 이런저런 기억들이 모두 한꺼번에 쏟아진다. 여성은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언제나 빠르게 농담을 떠올렸다. 남성은 전문가다웠고 강철 같은 배짱의 소유자였다. 군인이었던 것 같고, 우리의 리더가 확실했다. 나는 바닥에 쓰러져 두 손에 얼굴을 파묻는다. 그 어떤 것도 참을 수가 없다. 나는 어린애처럼 운다. 우리는 친구보다도 훨씬 가까운 사이였다. '팀'도 적절한 단어는 아니었다. 그것보다 강한 관계였으니까. 우리는... 적당한 단어가 떠오를락 말락 하다가... 결국은 내 의식 속으로 단어 하나가 미끄러져 들어온다. 내 머릿속에 몰래 숨어들려면 내가 의식하지 않는 순간을 기다려야만 했던 것처럼. 한패. 우리는 한패였다. 그런데 남은 사람은 나뿐이었다. p.43
혼자 남았다. 무시하고 기억을 되살리려고 노력하지 않지만 스물스물 되살아난다. 친구보다도 훨씬 가까운 강한 관계였으니까.
"올레샤 일류키나."나는 그렇게 말한다. 그녀의 종교도, 아니 그녀에게 종교가 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무슨 말을 해주기를 바랐을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최소한 그녀의 이름만큼은 기억난다. "당신의 몸을 별들에게 맡깁니다."적당한 말인 것 같다. 진부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말하니 기분이 좀 나아진다. 다음으로 나는 야오 사령관을 에어로크로 운반한다. 그를 안에 넣고 에어로크를 밀봉한 다음, 같은 방식으로 그의 유해도 떠나보낸다. "야오 리지에."나는 그렇게 말한다. 그의 이름이 어째서 온전히 기억나는지 모르겠다. 그냥 그 순간 떠올랐다. "당신의 몸을 별들에게 맡깁니다." 에어로크가 휙 돌고, 나는 혼자가 된다. 그동안도 내내 혼자였지만, 이제는 정말로 혼자다. 나는 최소 몇 광년 내에 살아 있는 유일한 인간이다. p.99
함께 있었다고 말할 수 없지만 함께였던 한패를 다 떠나보낼 수 있는 순간이 온다. 이 장면에서 책의 남은 부분을 확인하고 좌절했다. 아니 앞으로의 여행이 지금 까지의 6배 정도 남았는데 그 긴 여행을 혼자 감당해야하는 것인가? 작가 잔인하네.
아스트로파지는 금성을 '보는' 즉시 금성으로 곧장 이동한다. 아스트로파지가 택하는 경로, 그러니까 태양의 극지에서 곧바로 벗어났다가 금성 쪽으로 가파르게 방향을 트는 그 경로가 페트로바선이다. 우리의 위대한 아스트로파지는 금성 대기의 윗부분에 도달해 필요한 이산화탄소를 수집한 다음에야 번식을 할 수 있게 된다. 그 다음, 부모와 자식이 모두 태양으로 돌아가 생애 주기를 새로 시작한다. 사실은 간단하다. 에너지를 얻고, 자원을 얻고, 복제품을 만든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p.127
정말 있는 것 같아서 아스트로파지를 검색해봤다는 것. 대단하다. 그래.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하는 일이 왜 지구상에 존재하는 종에게만 국한되어 있는 일이라 생각했을까? 누가 가두어둔 것도 아닌데 생각이 어떤 상자 안에서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이건 지난 몇년 간 수집된 역사적 데이터예요. 전문 천문학자들은 국부 성단의 항성을 연구하지 않습니다. 아주 먼 곳에 있는 것들을 보죠. 우리 근처의 존재들에 관한 데이터를 기록하는 건 아마추어들입니다. 기차 수집가 같은 사람들이죠. 뒤뜰에 나와 취미로 별을 보는 사람들이요. 그런 사람들 중에는 수만 달러짜리 장비를 갖춘 사람도 있습니다." p.141
별의 감염 현상에 대한 전말(?)을 밝히는 일에 전문가들만 관여하지 않는다. 내 주변의 일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던 애정으로 무엇인가를 하던 사람들의 힘들이 모여 빛을 발하게 된다.
여기서 핵심은 시간이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 지구는 최소 13년을 경험했을 것이다. 게다가 내가 지금 당장 아스트로파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다 하더라도 그 정보가 다시 지구에 도달하는 데는 최소 13년이 걸릴 터였다. 그 말은 지구에서 아스트로파지의 비극이 아무리 적게 잡아도 24년간 지속되리라는 뜻이었다. 나로서는 다들 그 비극에 대처할 방법들을 떠올렸길 바랄 뿐이다. 피해라도 줄이든지. 아니, 최소한 26년은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헤일메리를 보내지 않았겠지. 어떤 경우든, 이 여행에는 최소 3년이 걸렸다(내 입장에서 3년이라는 말이다). 우리가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게 그래서일까? 그냥 여행하는 동안 깨어 있으면 무슨 문제라도 생긴다는 걸까? 나는 얼굴에서 눈물이 몇 방울 떨어질 때에야 내가 울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우리를 혼수상태에 빠뜨리겠다는 그 결정 때문에 내 친구 둘이 죽었다. 그들은 떠나버렸다. 두 사람과 보낸 순간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상실감은 버티기 어려울 정도다. 머잖아 나도 그들과 함께하게 된다. 집으로 갈 방법은 없다. 나도 이곳에서 죽을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과 달리 나는 혼자 죽는다. 나는 눈물을 훔치고 애써 다른 것을 생각한다. 내가 속한 인류라는 종 전체가 위기에 처해 있다. p.159
영원처럼 느껴지는 긴 시간이 지나고 나자 공포가 사그라지기 시작한다. 인간의 두뇌란 놀라는 존재다. 우리는 거의 모든 것에 익숙해질 수 있다. 나는 적응하는 중이다. 두려움이 조금 가시자 선순환이 일어난다. 이제 나는 덜 두려워질것이다. 그 사실을 알자 두려움이 더욱 빨리 가라앉는다. 머잖아 공황은 스러져 두려움이 되고, 두려움은 흩어져 일반적인 불안이 된다. p.172
나는 실험 장비를 하나하나 둘러보며 긴장한 마음을 풀어보려 한다. 실험실이 이런 모양인 데는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가 내 기억 어딘가에 있을 테고, 비법은 내가 알고 싶은 것에 대해 생각하되, 그 생각에 너무 힘을 주지는 않는 것이다. 잠들 때와 비슷하다. 너무 집중하면 사실 해낼 수 없는 일이다. p.200
단서는 내 안에 있다. 내가 알고 싶은 것에 대해 생각하되, 그 생각에 매몰되지 않는 선에서 집중하고 있다. 너무 집중하여 그 생각에 빠지게 되는 순간 극단적인 사고회로가 마구 작동하여 갖가지 쓸데없는 방해꾼들이 등장하게 된다. 느슨해지는 순간 왜 이래야 할까? 그냥 아무 문제 없이 잘 살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문제라고 제기한 사람이 사라졌으니 그냥 나도 모른 척하고 살면 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따라가고 싶어진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것만 가지고 엄청나게 많은 결론들을 끌어내다니! 대단히 의심스럽고 증명할 만한 근거는 전혀 없는 결론이지만 어쨌든 결론이다! p.255
"너 지켜봄, 질문?" 로키가 다시 묻는다. "아니" "지켜봐." "내가 네 자는 모습을 지켜봤으면 좋겠어?" "그래. 원함,원함,원함." 암묵적인 합의에 따라, 우리 사이에서 같은 단어를 세 번 말하는 것은 엄청난 강조를 의미하게 됐다. "왜?" "네가 지켜보면 더 잘 잠." "왜?" 그는 표현할 방법을 찾으려는 듯 팔 몇 개를 흔든다. "에리디언들은 그렇게 함." 에리디언들은 서로 자는 모습을 지켜본다. 특이한데. 뛰어난 문화감수성을 보여줘야겠지만, 내가 혼잣말을 할 때 로키도 날 깎아내렸으니까. "에리디언들은 이상하네." p.308
우리는 그렇게 잠시 가만히 있는다. "네가 자는 걸 지켜볼게." "좋음. 나 잠." 그가 말한다. 그의 팔이 축 늘어진다. 어느 모로 보나 죽은 벌레 같다. 로키는 자기 쪽 터널에서 아무렇게나 둥둥 떠다닌다. 더는 지지대에 매달려 있지 않다. "뭐, 이젠 혼자가 아니야, 친구." 내가 말한다. "우리 둘 다." p.310
로키와의 만남. 생김새도 다르고 언어체계도 다르다. 하지만 둘 다 원한다. 서로에게 닿기를. 답답한 과정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시도하며 서로 소통하기 시작한다. 아주 단순한 의미 교환부터 시작해서 서로의 문화를 나누게 된다. 물론 서로의 문화에 대해 다 이해할 수는 없다. 이해할 수 없지만 이해한다. 어느 순간 친구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우리가 된다. 그렇지만 여전히 의사소통은 쉽지 않다. 생김새가 같아서 같은 종이라서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지 않았다. 나 같으려니라는 틀로 내 마음대로 이해하고 판단했다. 외계인이라고 생각했다면 좀 달랐으려나? 우리
나는 한동안 이 문제가 신경 쓰였다. 인간과 에리디언은 서로 다른 항성계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까지 서로 접촉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우리는 거의 비슷한 기술을 가지고 있을까? 에리디언들이 우주공학 면에서는 우리보다 약간 뒤쳐지지만, 그게 엄청난 차이는 아니다. 왜 이들은 석기시대에 머물러 있지 않을까? 아니면 현대 지구를 한물간 것처럼 보이게 할, 엄청나게 미래적인 시대에 이르지 않은 걸까? "안 그랬으면 너랑 나 못 만남." 로키가 말한다. "행성에 과학 적으면 우주선 못 만듦. 행성에 과학 많으면, 항성계 안 떠나도 아스트로파지 이해하고 파괴함. 에리디언과 인간의 과학은 둘 다 특정한 범위 안에 있음. 우주선은 만들 수 있지만, 아스트로파지 문제는 해결 못함." p.346
너와 나는 다르지만 특정한 범위 안에 있기에 만날 수 있었다. 현재 각자의 영역(?)에서는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로 인해 만난 것인가? 아니지 만날 수 있었던 것인가? 그렇다면 난 내 문제에 고마움. 원망이라는 표현이 적합하지는 않지만 (겁나 욕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고 지금도 욱하는 때가 있지만 원망은 아니지만 딱히 대체할만한 단어가 떠오르지도 않으니 일단은) 나는 우리가 서로를 원망하게 되는 순간이 생기더라도 서로를 버리고 도망가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오만했던거지.
스트라트는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 모두가 희생해야 해요. 인류가 확실히 구원되도록 내가 온 세상의 죄를 뒤집어써야 한다면, 그게 내가 치러야 할 희생인 셈이죠." "이상한 논리를 가지고 계시네요." 내가 말했다. "별로 안 이상해요. 대안이 내가 속한 종 전체의 죽음이라면, 답은 꽤 쉽거든요. 도덕적 딜레마도 없고, 뭐가 누구에게 최선인지 저울질 할 일도 없죠. 그저 한 가지만 염두에 두고 이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되도록 집중하면 돼요." p.353
생존의 문제.
"너, 나를 구하려고 너를 손상함. 감사."
"너도 똑같은 일을 했잖아. 네 방열 기관은 괜찮아? 너한테 불이 붙어서, 네가 온통 재랑 산화물투성이가 됐어." p.499
"너 때문에 죽을 뻔함."
"뭐? 어째서? 내가 네 방열기에서 재를 전부 털어냈다고!"
로키는 다른 다리에 몸무게를 싣는다."검은 물질 재 아님. 내 몸이 이걸 만듦. 이건 몸이 낫는 동안 상처를 덮고 있음."
"아..."내가 말한다. "아, 이런.."
나는 로키의 방열기에서 재를 떨어낸 것이 아니었다. 그의 상처에서 딱지를 뜯어낸 것이었다! "너무 미안해! 난 도와주려고 한 건데." "괜찮음. 더 일찍 했으면 난 죽었음. 하지만 네가 그렇게 하기 전에 충분히 나았음. 제거가 약간 도움이 됨. 고마움."
나는 두 손에 얼굴을 묻는다. "미안해." 내가 다시 말한다.
"미안해하지 마. 나를 여기 넣었을 때 네가 나를 구함. 감사, 감사, 감사" 그는 다시 일어서려 하지만 겨우 1초쯤 서 있다가 주저앉는다. "나 약함. 나을 것임." p.500
상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상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최선을 다했는데, 그것이 그를 죽음에 이르게할 수 있었던 행동이라는 것을 알게되었을때. 너를 위해서 한 행동이라고 믿고 있었던 것이 사실은 너를 죽이는 행동이었다니. 너무 충격이었을것이다. 심지어 나를 손상시키면서 구하려고 갖은 애를 쓴 그 행동이 죽이는것이라니... 그럼에도 그 속에서 그의 선의를 읽어준다. 서로에 대해서 온전히 알지 못하기에 그 행동의 의도가 중요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내 행동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계산은 생각이 아님. 계산은 과정임. 기억은 생각이 아님. 기억은 저장임. 생각은 생각임. 문제, 해결. 너랑 나는 같은 속도로 생각함. 왜, 질문?" ... "지능은 우리가 각자 행성에 사는 다른 동물들보다 유리해지도록 진화한 거야. 하지만 진화는 게을러. 일단 문제가 해결되면, 그 특징은 진화를 멈추지. 그러니까 너랑 나는 둘 다 각자 행성의 다른 동물들보다 똑똑한 정도로만 지능이 있는거야." p.504
"왜, 질문? 왜 안 기다림, 질문?"
물론 로키의 말은 완전히 옳다. 나는 목숨을 걸고 있다. 어쩌면 헤일메리호의 구조적 완전성까지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할 일이 이렇게나 많은데 11일 동안 그냥 앉아 있을 수는 없다. 700년을 사는 생물에게 '조바심'을 어떻게 설명한다? "인간문제야."내가 말한다.
"이해함. 실제로 이해는 아니지만... 이해." pp.574-575
"지난번 잠 이후로 얼마, 질문?"
"응? 지금 연료 얘기하잖아! 집중 좀 해!""
"툴툴거림. 화남. 멍청함. 지난번 잠 이후로 얼마, 질문?"
나는 어깨를 으쓱한다. "몰라. 배양 수조랑 연료 탱크 작업을 했으니까... 마지막으로 잔 게 언제인지 잊어버렸어."
"너 잠. 나 지켜봄."
나는 제어반 쪽을 사납게 손짓힌다. "난 심각하다고! 집으로 가는 여행에서 살아남을 만큼의 연료 저장고가 없다니까! 집으로 돌아가는데 필요한 연료는 60만 킬로그램이야. 그러려면 저장도 135세제곱미터가 필요해! 그만한 공간이 없대도!"
"내가 저장 탱크 만듦."
"너한테 그럴 만한 제노나이트가 없잖아!"
"제노나이트 안 필요. 강한 물질이면 뭐든 가능. 내 우주선에 금속 많음. 녹이고, 만들고, 너한테 탱크 만들어줌."
나는 몇 차례 눈을 깜빡인다. "그렇게 할 수 있어?"
"당연히 할 수 있음! 너 지금 멍청. 너 잠. 나 지켜보고 대체 탱크 설계함. 같은 의견, 질문?" 그는 숙소 쪽으로 튜브를 따라 내려간다.
"어..."
"같은 의견, 질문?" 로키가 더 크게 말한다.
"응..." 나는 중얼거린다."응. 알았어..." p.603
신이나서 읽어 내려갔던 부분들. 서로가 다르다. 이해하지 못하지만 이해하며 각자의 무기(?)들로 문제를 해결해간다. 그리고 서로에 의해 막혔던 문제들이 해결되어 간다.
"나를 그리워할 것임, 질문? 나는 너를 그리워할 것임. 너는 친구임."
"응. 나도 널 그리워할 거야." 나는 보드카를 한 모금 마신다. "너는 내 친구야. 세상에, 넌 내 가장 친한 친구야. 그런데 좀 있으면 우린 영원히 작별하게 돼."
그는 장갑 낀 두 발톱을 서로 탁탁 부딪쳤다. 별것 아니라는 손짓에 평소 따라오는 달칵거리는 소리가 장갑 때문에 둔탁하게 들렸다. "영원히는 아님. 우리는 행성들을 구함. 그런 다음 아스트로파지 기술이 있음. 서로를 만나러 감."
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미소 짓는다. "그 모든 걸 지구 시간으로 50년 안에 할 수 있을까?"
"아마 못할 것임. 왜 그렇게 빨리, 질문?"
"나한텐 살아갈 시간이 겨우 50년 정도밖에 안 남았어. 인간들은..." 나는 딸꾹질을 한다. "...오래 살지 못하거든, 기억나?"
"아." 로키가 잠시 조용하다. "그럼 우리는 남은 시간을 함께 즐김. 그런 다음 행성들을 구하러 감. 그러면 우리는 영웅!" pp.612-613
드디어 각자의 행성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들고 직접(더 이상 자살 임무가 아닌 살아서 귀환할 수 있는) 돌아가게 됨을 확인하던 날. 더할나위 없이 기쁜 날이지만 가장 친한 친구와 영원히 작별하게 됨을 알게 되는 슬픈 날이다. 가장 친한 친구가 외계인이라니. 멋지고도 슬프다. 다시는 만날 수 없다니
나는 두 손에 얼굴을 묻는다.
나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 정말이다. 돌아가서 영웅이 되어 남은 삶을 보낼 수 있다. 동상, 기념 행진, 기타 등등. 게다가 나는 모든 에너지 문제가 해결된 새로운 세상의 질서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아스트로파지 덕분에 싸고 간편하며 재생 가능한 에너지가 사방에 존재하겠지. 나는 스트라트를 추척해 다 집어치우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면 로키가 죽는다. 그보다 중요한 건, 로키의 사람들이 죽는다는 것이다. 수십억 명이.
이렇게 가까이 왔는데. 그냥 4년만 살아남으면 되는데. 그래, 고약한 코마 슬러리를 먹게 되겠지만, 나는 살아 있을 것이다.
나의 짜증 나는 논리적 정신은 다른 선택지를 가리킨다. 비틀스를, 네 대를 모두 발사하라고. 비틀스마다 소형 타우메바 배양기와, 데이터며 발견 내용으로 가득한 USB를 실으라고. 그때부터는 지구의 과학자들이 해결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헤일메리호의 방향을 돌려 로키를 찾은 다음, 그를 에리드의 고향으로 데려간다.
문제는 한 가지다. 그러면 내가 죽는다는 것.
내게는 지구로 가는 여행에서 살아남을 만큼의 식량이 있다. 아니면, 에리드까지 가는 여행에서 살아남을 식량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에리디언들이 헤일메리호의 연료를 바로 다시 채워준대도 에리드에서 지구로 돌아가는 여행에서 살아남을 만큼의 식량은 없을 것이다. 그 시점에는 겨우 몇 달 치의 식량만 남을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재배할 수 없다. 쓸 수 있는 씨앗이나 살아 있는 식물이 전혀 없다. 에리디언의 음식을 먹을 수도 없다. 중금속을 비롯한 독성 물질들이 너무 많이 들어 있으니까.
그러니 내게 남겨진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다. 하나. 영웅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가서 모든 인류를 구한다. 둘. 에리드로 가서 외계인 종족을 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굶어 죽는다.
나는 머리를 잡아 뜯는다.
두 손에 얼굴을 묻고 흐느낀다. 후련하면서도 진이 빠진다.
눈을 감았을 때 보이는 것이라곤 로키의 바보 같은 등딱지와 언제나 뭔가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그의 작은 팔들뿐이다. pp.654-655
고향이 아니라 로키가 있는 곳으로 간다. 로키의 사람들이 죽는 것을 걱정한다. 사랑이다.
"그만해." 내가 말한다. 코앞에 닥친 나 자신의 죽음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대신 로키를 생각한다. 지금도 로키는 절망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가고 있어, 친구.
"기다려..."
로키는 분명 슬퍼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오랫동안 맥이 빠진 채로 지내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해결책을 알아내려 애쓰고 있을 것이다. p.657
"이기적인 관점에서 말하자면, 난 네가 여기 있었으면 좋겠어. 그냥 내 생각이지만."
"로키..., 그 태양 소식 말이야..., 그건..., 그 소식을 들으니까 내 인생 전체에 의미가 생겨. 그거 알아? 난 아직도... 난 도저히..." 나는 다시 흐느끼기 시작한다.
"그래, 알아. 그래서 이 소식은 내가 직접 전해주고 싶었어."
나는 손목시계를 확인한다(그렇다. 에리디언들이 내게 손목시계를 만들어주었다. 그들은 내가 부탁하는 건 아무거나 다 문들어준다. 나는 그 호의를 너무 과하게 이용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중이다). "가야겠다. 늦었어. 하지만...로키..."
"알아."그는 등딱지를 기울이며 말했다. 이제 나는 그게 미소라는 것을 안다. "나도 알아. 나중에 더 얘기하자. 어쨌든 나도 집에 가야하고, 에이드리언이 곧 잘 시간이라, 내가 지켜봐야 해."
우리는 각자의 출구로 향하지만, 로키가 잠시 멈춘다. p.683
"누가 알겠냐?" 내가 말한다. "너랑 나도 서로를 찾았잖아. 그건 대단한 일이라고."
"그래." 그가 말한다. "진짜 대단한 일이지. 이제 가서 일하세요, 할아버지."
"나중에 보자. 로키."
"또 봐!" p.684
그레이스의 선택. 이건 사랑 이야기라니. 태양의 소식을 듣기 전까지 마음 한 켠의 걱정(?)이 있지 않았을까?
아! 그레이스는 어느 곳에서든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다.
누워서 절대 볼 수 없는 두께의 책. 아니 2권으로 분책 출판하면 안되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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