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퇴근하고 저녁을 산에서 먹겠다고(무슨 바람이 불어서...) 햄버거를 사들고 구리 한강 전망대로 향했다.(저녁이어도 너무 볕이 강하고 더웠으며 출발 시간도 늦었는데...굳이)
엄청 빠르게 올라가지는 못하지만 이제는 쉬지않고 꾸준한 속도로 올라가는 정도는 되었
원래 계획대로 전망대에서 햄버거 먹고 하산했으면 딱 좋았는데... 갑자기 무슨 마음이었는지... 가볼까?에 가보자.로 답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아차산 정상까지 갈 수 있는 길이 있어보여서 해가 질락말락하는데... 심지어 폰 배터리가 간당간당하는데... 망설이면서도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아!! 엄청 귀여운 모습도 봤다.
볕 쬐며 늘어진 고양과 내가 옆으로 지나가도 꿈쩍도 안하던 둘기들...
구리둘레길을 통해 아차산과 용마산으로 가는 길목. 이때 돌아섰어야 했다. 살짝 고민했는데 이 순간 저 발걸음이 객기다.
구리둘레길...깔딱고개 방향. 저 이정표를 마지막으로 길인지 아닌지 계속 의심하며 하늘도 안보이는 숲길을 걸었다. 한 사람 지나다닐 정도의 길과 진흙투성이의 흙길에 아무도 없는... 해는 뉘엿뉘엿...
깔딱고개쉼터에 도착.
저 앞에서 망설였으나... 일단 머리가 뚫려있고 하늘이 보이니 살것같았다.
왔던 길로 돌아가도 2시간이 걸리고 아차산 찍고 광나루역으로 가도 2시간... 이도저도 못하겠는데 다시 그 숲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냥 앞으로 가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깔딱고개를 오르기 시작... ㅡㅡ. 폰 배터리가 충분했으면 저기서 검색해서 판단했을텐데... (교훈! 꼭 보조 배터리를 챙기기로 함.)
가도 가도 계단의 끝이 안보이더라는... 그래도 쉴 수가 없었다. 일어나고 싶지 않을 것 같아 그냥 계속 걸었다. 무섭고 힘들었던 마음이 저 뷰에... 싹 사라졌다.
하.지.만.
객기는 여기까지였고, 깔딱고개를 오르자 내려가야겠다 판단했다. 폰 배터리 10프로 ㅡㅡ... 저 계단을 올라오자마자 내려가려니 뭐 하는 짓인가 싶었는데... 그래도 또 멋진 풍광이 이 멍청한 짓을 잊게 만들었다.
깔딱고개 쉼터에서 계단이 보이길래... 내려가는 계단이니 어디든 나오겠다 싶었고, 오늘은 더 이상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길은 걷고 싶지 않았기에... 그냥 내려가는 계단을 마냥 따라갔다. 한참을 내려가니... 사가정공원 도착.
가로등도 있는 공원길을 걸어... 집으로!!!
옛 이야기에 보면 과거 보러 가는 선비가 밤에 숲 속에서... 낯선 집을 발견하고... 아니 낯선 집인데 왜 들어가는건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여우든
도깨비든
귀신이든
구렁이든
기와집이든
초가집이든
그런 숲 길에서 만나면 너무 의지가 되고 좋을 것 같다.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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