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수다. 인수암에서 본 인수의 이름이 인상적이어서 인수와 뭔가 충동적으로 이미 치즈와 까를로스라는 이름이 있음에도 민수라는 이름을 하나 더 보탰다. 현재 가장 많이 불리는 이름이다. 민수. 화나는 상황에서는 치즈가 먼저 튀어나오고 내 흥에 겨워있을 때는 까를로스로도 부르지만…
얼마 전에 잘 먹고 있던 사료가 있었는데 괜스레 더 좋은 사료로 바꿔주겠다고 사료를 바꾸었다. 민수는 뭘 줘도 가리지 않고 잘 먹고 음식에 모험심이 투철하여 일단 먹고 보는 녀석이어서 별 걱정 없이 새로운 사료들을 주문했다.
사료를 바꾼 첫날 기존에 먹던 사료도 안 먹고 새로운 사료도 먹지 않고 반나절을 보내기에 걱정이 되었다. 그냥 밥투정이라고 생각하고 기존에 먹던 사료를 다시 주문했다. 그런데 잘 먹던 사료도 찔끔 먹고 먹지를 않아 요 며칠 계속 걱정이었다. 다행히 습사료는 먹는데… 어디 몸이 아픈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딱딱한 사료를 먹기 힘들어하는 것일까? 그럼 이가 아픈 건가? (얼마 전 입술에 수포가 올라와서 구내염 초기 증상이라고 약을 먹었었기에 걱정이 되어 입 안을 보려고 입을 벌리려고 하는데 손도 못 대게 해서 정말 입이나 이가 아픈 것일까?) 새벽마다 배를 문질러주면 한참 골골거리다가 화장실을 가는 것이 루틴인데 이제까지 그냥 배를 만져주는 것을 좋아하나 보다 생각했는데… 배가 아파서 그러는 것일까? 밥을 먹고 나면 입을 크게 벌리는 동작을 하는데 이제까지 하지 않던 동작인데 토하고 싶은 걸까? 배가 고파서 먹기는 먹었는데 속이 불편한 건가? 몇 주 전에 토한 자국들이 있었는데 누가 토한 것인 줄 모르기도 했고 토사물 색이 그냥 투명하고 두 녀석 다 신나게 놀아서 눈여겨보기만 했었는데 민수 속이 불편한가? 얼마 전부터 자꾸 이불 속에 들어가서 혼자 있던데 아파서 그런 걸까?
하나부터 열까지 민수의 모든 행동이 다 수상하고 아픔의 증상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병원에 다녀오는 일이 쉽지 않아서 바로 달려가지 않고 있는데 병을 키우는 것은 아닌가 싶고 애 고생시키는 것은 아닌가 싶어 오늘 당장 갈까 하다가도 별거 아닌데 괜히 더 스트레스 주는 것은 아닌가 싶고…
그나마 요즘 재택 중이어서 민수를 하루 종일 관찰할 수가 있는데… 그 관찰이 걱정을 가중시키고 있다.
새벽마다 깨우고 내 등이 땅에만 닿으면 우는 것은 애기때부터 지금까지 늘 그래오던 것인데 아파서 우는 것일까 해서 요 며칠은 정말 안절부절이다. 오늘 아침엔 24시간 병원이라도 가봐야 하나 싶어 새벽 4시에 이동장을 주섬주섬 꺼내다가 이건 매일 있던 일이었다는 생각이 떠오르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민수를 보니 괜찮아 보이고…
대환쟁이다. 마음이 쑥대밭.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걱정 필터를 만들었다.
민수가 보내는 신호를 알 수 있으면 두렵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까?
민수가 아프지 않으면 좋겠다.
의사가 아픈 것이 아닙니다라고 하면 안 아픈 걸까? 애기때 다니던 병원을 가야 하나? 후기가 좋은 새로운 병원을 가야 하나? 좋아한다고 해서 고무줄로 놀아줬더니 그거 자꾸 씹어서 이가 아픈 걸까? 이가 아파서 고무줄을 씹는 걸까?
민수의 행동이 이전과 달라졌다. -> 병원에 가서 원인을 알아보자.
엄청 간단한 사고의 흐름인데 걱정은 수백 가지를 하고 있으면서 병원을 주저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애가 병원을 힘들어해서? 그렇다고 해도 병원이 필요하면 데려가야 하는 것인데 선뜻 움직이지 않는 것은?
뭐든
민수 건강하면 좋겠다.
사랑한다. 개망나니 민수.
'모닝페이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랜만에 선명한 꿈 (0) | 2024.05.24 |
---|---|
쌓기와 무너뜨리기 (0) | 2023.02.14 |
꿈(16) (0) | 2022.08.11 |
꿈(15) (0) | 2022.08.09 |
7시에 겨우 눈만 뜬 월요일(구리한강전망대) (0) | 2022.07.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