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에 위치한 소요산. 작년에 처음 등산이랍시고 인왕산을 갔다가 느꼈던 종아리의 고통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등산 난이도는 산의 높이와 비례하지 않는다. 완전 체감했던 날. 보통은 30분 이내에 심박이 내려오는데 1시간 넘도록 180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와... 심장 멎을까봐 걱정 걱정.
원효대사와 요석공주 이야기, 원효가 창건했다는 자재암이 있는 산. 신나는 길이 많은 산.
주차장은 매우 넓고, 등산객이 많은 편인데 쓰레기도 가장 적었다.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정비한 듯 보였다. 예전에는 정말 헷갈려서 더 힘들었을 듯.
코스: 소요산관광지원센터 - 일주문 - 공주봉 - 의상대 - 나한대 - 선녀탕입구 - 자재암 (칼바위쪽으로 크게 돌아서 내려오지 않고 중간에 빠져 내려옴)
등산로 중간에 표지판도 잘 되어 있고, 중요 지점마다 등산코스 지도가 있으며 꽤나 정확하다. (알아보기가 쉽다. 아 지금 여기네... 라고 알아볼 수 있었던 몇 안되는 산지도. 동두천시 관련 부서 일 정말 잘하심!!)
일주문을 지나서 공주봉 방면으로...자재암으로 올라가면 백팔계단(정말 계단 수가 108개인 듯. 내려오면서 보니까 계단에 숫자를 써두었더라는)으로 올라가면 된다. 처음에 백팔계단이라고 해서 헐.. 했지만 저건 아무것도 아니다. 진심.
돌길을 올라간다. 그나마 가이드라인이 있어서 여기 따라 올라가는 것이구나...를 알 수 있다. 경사가 꽤나 가파르고 한쪽은 저렇게 완전 돌무더기... 일단 올라가는 길에는 볼 것이 없다. 볼 것이 있었어도 눈에 넣을 여력이 없었을 듯... 가파르다.
돌길 끝에서 보이는 데크 계단이 어찌나 반갑던지... 끝도 없어 보이지만 계단이어서 좋았다는...
드디어 공주봉!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컵라면도 안챙기고 여타 간식도 안챙기고 물만 달랑 한 병 넣어와서 호다닥 내려가서 점심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공주봉의 널찍한 쉼터에 엉덩이 한 번 붙이지 않고 바로 의상대로 고고! 경사가 너무 심해서 아래쪽 계단이 보이지도 않는 계단을 내려가니 또다시 시작되는 돌길.
걷다가 와.. 너무 힘든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때면 어김없이 표지판이 있다. 표지판이 많아서 너무 좋았음. 애매한 길에는 누군가의 신호가 남아있었다. 소요산에서 많이 본 표지판. 등산로 아님 표지판.
진정 천국의 계단. 마지막 계단이라는 느낌이 팍! 경사 장난 아님.
원효의 이야기가 가득한 소요산. 주봉의 이름은 그의 수행 동반자인 의상을 기려서 의상대라고 부른다는데...
의상대에서 선녀탕입구 하산로로 내려왔다. 이 길은 등산로가 아닌 듯... 선녀탕 입구부터 선녀탕입구 하산로까지의 저 길. 정녕 등산로??
나한대는 공간이 좁았는데 바로 직전에 올라오신 분들이 점심 자리를 펼치셔서 바로 뒤돌아 내려옴. 바람도 꽤나 있었는데 그 좁은 꼭대기에 자리를 펼치시다니... 배가 무지하게 고프셨나보다... (내가 그랬거든. 배고파서 다리에 힘이 안들어갔음)
저 계단의 경사 어쩔. 그래도 계단이어서 너무 감사했음.
저런 길이 어떻게 등산로입니까!?!?! 치악산에서 하산할 때 걸었던 계곡길의 축소판. 많은 사람들이 의심했겠지... 등산로가 맞다는 저 표지판이 꽤나 촘촘하게 있었다. 그냥 믿고 올라라! ㅋㅋㅋ😭
내려오는 길에 본 작은 푸른 꽃. 저 곳에만 왕창 모여 피어있었다. 봄이 왔다. 드디어. 산수유 꽃까지 야무지게 보고 나니... 자재암 도착.
그리고 토마스를 영입. 여기 저기 산악회에 토마스도 들어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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