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설 7

6/90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판형에 총 90페이지(이야기는 73페이지)의 가벼운 책. 앉은 자리에서 호로록 한 숨에 읽을 수 있는 분량의 책에 붙인 인덱스가 6개. 요즘은 인덱스 붙이기에 인색한데(다음 인덱스를 붙이면서 지난 문장들을 다시 읽어보고 떼어오기도 하는) 더 붙이고 싶었지만 참으며 소장 욕구를 불태웠다.  떡집에 들어가게 된 날과 떡집 아들. 저녁 산책을 나가게 된 이유와 필연적으로 만나게 될 그와 그의 완벽한 강아지 약밥. 작위적이지만 너무나 갖고 싶다고 느낀 일상이었다. 모림의 담백하다 못해 건조한 듯한 생활 태도와 그렇지 못한 마음의 움직임까지 내 옆의 누군가 아니 내 이야기. 책을 다 읽은 뒤, 마치 모닥불 옆에서 유쾌하게 떠들고 각자의 텐트로 들어가며 따스하게 데워진 단단한 작은 조약돌..

들려주고픈 2024.10.25

직장 상사 악령 퇴치부

직장인의 장점을 한껏 살린 작가님. 생활 속에서 겪게 되는 이상한 상황(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상식선이 도저히 맞지 않는 사회 구성원과의 사건)을 악귀로 위트있게 이야기한다. 정말 악귀가 아니고서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얼마나 많은지... 이웃집과의 소음 문제로 발을 넣게 된 무속(?)의 세계. 새로운 직장 생활도 쉽지는 않았지만... 내가 처한 상황은 내가 만들어낸 것이라는... 남탓이 아니라는 꽤 묵직한 메세지도 담고 있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  아.. 표지가 꽤나 강렬하다.

들려주고픈 2024.10.23

New generation.(가녀장의 시대)

7월에 읽어야 할 책이 줄줄인데... 하나같이 마음이 무거워지는 이야기인지라 계속 멈칫거리게 되던 어느 날. 분위기 전환을 위해 읽은 책. 매력적인 이야기의 여러 가지 요소 중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마성의 투 비 컨티뉴드.... 그는 불특정 다수를 본능적으로 조심하는 자다. 잘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는 익명으로라도 말을 아낀다. ... 게다가 글은 기록으로 남지 않나. 기록된 글이 얼마나 세상을 떠돌며 이리저리 오해될지 복희는 두렵다. ... 자신도 복희처럼 보는 건 많고 쓰는 건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집 바깥 사람들의 이야기를 잔뜩 보고 들은 뒤 집안사람들에게만 공유하고 싶다고도 생각한다. p.29 나는 핵심만 명확하게 전달하는 말이나 글이 좋다. 구구절절 사설이 붙지 않는... 그런데 그..

들려주고픈 2023.07.27

단편의 매력을 한껏 보여준다.

생각의 한 조각을 그냥 던질 수 있는 것이 단편의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다. 딱 애매하게 끝이 난다. 이야기를 풀어가지 않는다. 그냥 던진다.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구나 이렇게 뻗어 나가는구나가 매력으로 다가오지만 그것은 새로운 발상일 때다. 그 아이디어가 새롭지 않을 때는 작가가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지가 궁금한데 단편은 그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 책도 비슷하다. 한동안 책도 충동구매하던 시기가 있었다. 정세랑의 추천사에 적힌 딱 이 문장 하나 때문에 구매했다.... 잘 읽히되 멈춰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 책을 다 읽은 뒤의 내 생각은 정세랑이 담임이 생기부 적듯이 적은 것 같다는... 물론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지만 내가 소설에 기대했던 즐거움과는 거리가 멀어서 ..

들려주고픈 2023.02.01

역시 이야기꾼이다.

첫 장을 읽자마자 이거 끝내기 전에는 이 이야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겠다는 것을 알았다. 아주 오랜만에 이야기 속으로 쏙 빨려들어가는 경험이었다. 그런 이야기들은 빠져나오고 싶지 않은데... 어서 빨리 읽어서 너무나 빠져나오고 싶었다. 3부의 8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내내 안개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무엇인지 알 것 같고, 어디에 있는지도 알 것 같은데, 내가 짐작하고 있는 것이 진짜일까봐 두렵고 피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사건은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데 책을 덮기 전까지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여러 인물들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게 되는데 마음에 들었던 것은 신유나의 시선은 없다는 것이다. 신유나의 변명을 듣게 될까봐 내심 걱정이었는데... 지유의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너무나 슬프고 마..

들려주고픈 2021.07.15

이게 보편이라니...

책을 읽으며 울컥하는 순간이 꽤 있었으며,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사건들과 책을 덮는 순간까지 전혀 낯설지 않은 이야기들이...지금 이 땅에서 발 붙이고 살아가는 나를 슬프게 하였다.주인공 김지영씨는 특별하지 않다. 김지영씨가 살아가는 세계는 내가 살아가는 세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 트위터의 트윗들을 읽고 있는 듯한... 난 끊임없이 리트윗하고 있었다는.... (한국이 싫어서를 읽으면서는 누군가의 블로그를 읽어내려가는 듯 했는데...)우리 세계여서 욕 나오게 슬프다. 2015년 가을딸도 있고, 그 딸이 얼마나 고생스럽게 명절을 보내는지 지켜보고 있으면서... 며느리에게 소리를 지른다. 내 식구와 남의 식구에 대한 온도차보다도 집에서 가장 큰 무게를 갖고 있는 사람의 대응 태도가 거슬렸다. 무안했다면 무안..

들려주고픈 2017.05.24

싫지만 어쩌겠는가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 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할 수는 있는 거잖아. 그게 뭐 그렇게 잘못됐어? ... 내가 여기서는 못 살겠다고 생각하는 건...... 난 정말 한국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인간이야. 무슨 멸종돼야 할 동물 같아. 추위도 너무 잘 타고, 뭘 치열하게 목숨 걸고 하지도 못하고, 물려받은 것도 개뿔 없고. 그런 주제에 까다롭기는 또 더럽게 까다로워요. 직장은 통근 거리가 중요하다느니, 사는 곳 주변에 문화시설이 많으면 좋겠다느니, 하는 일은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거면 좋겠다느니, 막 그런 걸 따져. (pp.10-11) "내가 무슨 생각 하는지 알아? 그게 너희 가족 수준이야. 서양 부모들이 이런 상황에서 똑같이 행동할까? 안 그럴걸? 서양 사람들은 자식의 이성 친구들에게 최근에 본 영화..

들려주고픈 2017.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