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소설 6

장르가... 잔잔한 소름?

익숙한 일상이 공포로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감각 기관이 유난스럽게 예민해지는 순간에 끝없이 뻗어나가는 생각을 부여잡지 않으면… 이 책의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하지만 댐 방류 이후에는 약간의 기괴함으로 이질감이 생긴다. 그래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약간 현실과 떨어져 있는 이야기라는 안심 장치가 된 결말.지방 출신인 이쓰미는 도쿄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가정을 꾸렸다. 아이가 없는(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에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도 했지만 부부 둘만 살아가기로) 2인 가구. 어느 날 남편은 씻기를 거부한다. 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쓰미는 남편의 상황을 짐작하며(회사에서 무시당하는 직장내 괴롭힘이 아닐까) 그의 상태를 지켜봐주며 존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쓰미는 그의 결정이 싫다. 나약한 그..

들려주고픈 2024.10.27

가마쿠라 홍보 대사... 츠바키 문구점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기도 전에 주문 완. 아름다운 소설이다. 책표지의 색과 은박이 눈길을 끌었는데 내용은 더욱 아름다운 책.  꽤 오랫동안 들여다보지 않았던 문구 보관함을 열어 보았고, 가마쿠라 여행 계획(칠복신 순례!! 이거 꼭 해보리라)을 세웠다. 좋아하는 필기구와 종이를 꺼내 책상 앞에 앉아 끄적여보았다.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하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나보다. (편지는 쓰지 않았으니) 아! 일본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이야기는 가마쿠라에 위치한 츠바키 문구점에서 선대(이야기의 말미에서야 할머니라고 부른다.)가 물려준 대필업을 하게 되는 포포(아메미야 하토코)의 이야기. 선대의 엄한 교육으로 일본의 세시풍속과 전통 예절에 대해 해박한 포포의 멋진 모습을 이야기 내내 볼 ..

들려주고픈 2024.05.09

생의 최고의 가치. 가족?

운명은 가느다란 실이라도 잡아당겨 확실하게 잇는 법이다. (p.10) 잡아당기는 것은 나의 의지. 인간의 의지가 있어야 마무리되는 것이 운명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그래야 조르고 또 조르고... 끝까지 우겨보고 싶어서 내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했던 사람의 등을 보았다. 그의 스웨터와 가방 같은 것들이 되어 늘 따라다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했던 시절. 그럴 수 있다면 이렇게 괴롭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같이 있을 수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이 간절했다... 차라리 그가 되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처절한 갈망은 채워지는 일이 없었다. (p.18) 사소한 몸짓도 살짝 닿은 손도, 모든 게 아프고 고통스러울 만큼 좋아졌다... 올려다보았던 동그란 달을 지금도 기억한다. (p.19-20) 기억한다. 나도 ..

들려주고픈 2018.11.20

분노

작가의 말."나는 2년 반에 걸친 그의 도주 행보나 사건 자체보다는 공개수사 후에 물밀듯이 밀려든 수많은 제보 쪽에 더 큰 관심이 쏠렸습니다. 길에서 비슷한 사람을 봤다는 정도라면 몰라도 자기와 친밀한 사람까지 의심하게 되는 '사건의 원경'에 마음이 어수선하고 술렁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요시다 슈이치는 사건 그 자체를 파고 들지 않는다. 그 사건으로 인하여 벌어지는 일들을 들려준다. 심지어 그 사건과 관계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 사건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간만에 만나 뒷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이야기.

들려주고픈 2017.05.22

용두사미지만 괜찮아

그는 화요일이면 혼자서 혼다 이인승 오픈 스포츠카(그린, 매뉴얼 시프트 모드)를 몰고 다마가와를 건너 가나가와 현에 있는 아울렛 쇼핑물에 갔다. 그 쇼핑몰에는 갭이며 토이저러스, 보디숍 같은 대형 점포가 있었다. 주말이면 너무 혼잡해서 주차 공간을 찾기도 힘들지만 평일 아침 시간은 대체적으로 한산하다. 쇼핑몰 안의 큰 서점에 들어가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사 들고 서점 한 귀퉁이에 마련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장을 넘기는 것이 항상 그가 화요일을 보내는 방법이다. (우연 여행자 p.21) "하지만 당신을 만난 덕분에 지난 일주일 동안 가슴 두근거리며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어요." 그녀는 말했다. "그런 감정 느낀 거, 정말 오랜만이에요. 어쩐지 십대 소녀로 돌아간 것 같아서 즐거웠어요. 그러니까 괜찮..

들려주고픈 2016.12.27

늘...항상...있다...막다른 골목의 추억

어린(?) 시절 읽었던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과 다른 느낌으로 와닿은 책 이렇게 따뜻한 느낌의 글을 전하던 사람이었던가?? 란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작가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는 뒤로 하고... 삶의 파동이 같은 사람과의 만남(첫번째 이야기)에 대한 것에 홀려 책장을 넘기다 보니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가족이 보고 싶었다. 책 속에 담긴 5 가지 이야기의 공통점 항상...늘...곁에 누군가가 있다. 내 슬픔을 나누지 못하여도 내 아픔을 달래주지 못하여도 내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하여도 내 옆에 그냥 있어주는 이가 있다. 자랑스러운 순간에도 너덜너덜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순간에도 그냥 나를 나로 봐주며 곁에 있어주어 고맙다. 막다른 골목의 추억 저자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2-..

들려주고픈 2012.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