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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와 두 번째 토끼

내가 나의 두 번째 토끼가 되어주어야 한다. 나를 케어하는 것은 나다. 누구도 내 엄마가 아니다. 나는 어른이니까 내 감정은 내가 돌볼 수 있다. 뭔가 좀 슬프고 그래서 징징거리고 싶고, 대화하고 싶어 전화기를 들었다가 잠깐 참았다. 그리고 걸으면서 두 번째 토끼가 되어주었다. 마스크가 고마웠고 비도 고마웠다. 내게 계속 이야기해주었고, 효과가 있었다. 온전히 사랑받는다고 느낌이었다. 사랑받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걷기가 유효했던 것인지 두 번째 토끼가 유효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내 감정을 말하지 않고 혼자 감당했다.

지금, 이 곳 2022.02.26

누구의 잘못인가?

아이들의 다툼을 중재하다보면 말문이 막히는 이유들이 있다. 그 중에 (심심찮게 자주 등장하는) 준다고 했는데 안준다고 내놓으라고 싸우는 일이 있다. 두 녀석 모두 세상 억울하지만 눈물콧물 범벅인 녀석들 중 대부분은 받지 못한 아이이다. 맡겨놓은 것 찾는 입장도 아니고, 상대 아이가 꼭 줘야하는 상황도 아니고, 내 것이 아닌데 이 아이는 이미 마음에 자기의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주면 고마운 것이고, 심지어 주고 안주고는 그 것의 소유자의 마음인 것인데... 말을 경솔하게 내뱉은 녀석은 몰랐을것이다. (정말 모를까?) 상대가 이렇게나 속상해할지... 그리고 그 때 기분은 선물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아닐수도 있지. (변절자라고 욕하고 싶지만 마음이 변했다는데 별도리없지... 그저 너무 가벼운 친구이니.....

지금, 이 곳 2022.02.23

입춘이 지났는데

야! 나 들어간다.라며 봄이 문만 두드린건가? 여전히 춥다. 4월 즈음 내복을 벗어던지니... 2월이니까 추운게 당연하지만. 입춘이라는 말을 듣고 난 뒤에는 늘 추울때마다 사기 당하는 기분이 살짝 든다. 봄의 에너지가 얼어있는 것들을 살살 녹이기 시작했으니 곧 그 에너지를 공기 속에서 만날 수 있으리. 아... 오늘도 추워서 꼼짝하기 싫구나.

모닝페이지 2022.02.07

패싱

그게 바로 클레어 캔드리지. 아이린이 지적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의 감정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기. p.61 어떤 남자가 처음 본 자리에서 날 깜둥이라고 불렀다면 그건 그 사람 잘못이지만, 그에게 다시 기회를 준다면 그건 내 잘못이라는 것 정도는 나도 알아. p.74 '패싱'이란 게 좀 묘하긴 해. 우린 그걸 비난하면서도 용납하잖아. 경멸하면서도 부러워하기도 하고, 극도로 혐오하고 멀리하면서도, 눈감아주고. p.76 아이린과 클레어. 두 흑인 여성. 자신의 타고난 계층과 인종을 고수함으로써 소수에 속하게 된 아이린. 아이러니하게도 이 이야기에서 백인으로 패싱 하는 장면은 아이린이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날 그 장소에서 다시 만나게 된 클레어. 자신의 타고난 외모를 이용하여 백인..

카테고리 없음 2022.02.04

눈송이 신나는 모험 되렴!

그림 출입자... 아리에타와 눈송이. 그들의 이야기를 믿는 사람들과 믿지 않지만 그들의 곁에 있는 사람들까지 푸른수염과 민둥이. 톱날 (개주인 때려주고 싶었다.) 마르셀과 세실과 복원사 선생님. 젊은 야간경비원(이름이 있는데...) 눈송이가 그림 속 세상이 아닌 바깥 세계로 나가보겠다고 말하며 보여주는 눈송이야 눈송이야. 잘 싸우고 오렴.

들려주고픈 2022.01.30

성장소설의 결말은?

자아실현일까? 이야기의 배경은 이 문명(전쟁문명이라 이름 붙였는데 기가막힌 작명이라 생각함)이 망한 그 다음 문명이다. 공정을 최고선으로 여기는 사회 시스템 속에서 인간들은 부품화되어 살아가고 있다. 물론 이 거대한 시스템을 만든 몇몇은 특권을 누리며 살아가지만 부당하다고 생각하거나 의문을 품는 사람들은 극소수이다. 누군가의 삶을 위해 복제품으로 태어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며(복제인간 이슈는 아일랜드가 흥미롭게 잘 다루었다고 생각함) 자신의 존엄을 스스로 찾고 지키고자 어린 여자아이들이 뭉치게 된다. 아이들이 직면하게 되는 현실은 더 큰 음모가 있었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어른의 희생을 선택하고 지켜봐야 했다. 읽는 내내 이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면 볼거리 가득한 영상물이 나오겠다는 생각..

들려주고픈 2021.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