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곳 203

Welcome

얼굴을 대면한 시간이라고 해봐야. 5분 남짓인데... 참 웃기게도 궁금하고 뭐라고 설명하기 어렵지만 궁금하다. 주말 내내 끙끙거리는 모습을 보며 짜증이 났다. 나 역시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오락이나 하고 있으면서도 옆에서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분노가 올라왔다. 더 정확하게는 이제 더 이상 우리의 소속이 아닌 듯한 느낌이 들어 더 속상했던 것 같다. 독립된 객체로 만나야 한다는 것이 좀 서글펐다. 분만실에는 보호자만 들어간다. 어두컴컴한 분만실 복도에 앉아 있으면서 걱정도 되고 안쓰러운 마음과 함께 불쑥 서운함이 올라왔다. welcome 꼬맹이...니가 뭘 하던지 널 위해 최고의 사과 머신이 되어주마. 우리 집 막내...이제 너거 집이지만 가끔은 우리 집 막내가 되어도 좋다.

지금, 이 곳 2014.07.09

난 질투도 이겨!!

어제와 다르게 해가 쨍쨍. 불볕 더위라 불러도 좋을 듯한 날씨. 한껏 열어재낀 작은 창문 사이로 들어오던 것은...미지근한 바람도 한껏 푸르러진 하늘도 아닌... 청춘의 소리. 불볕보다 더 뜨거운 젊은 피들의 움직임을 한껏 질투하였으나. 그래도 난 창문 안쪽에서 그네들을 바라보기만 했다. 귀찮아서 못 움직이겠더라. 해를 더해가며 질투도 늘어나지만 그 일렁임을 잠재울 귀찮음이란 내공도 함께 늘어나는 듯. 화이팅 나의 늙음!!

지금, 이 곳 2014.07.04

그가 나를 부르다.

우리 도장(우리 도장이라고 말하니 좀 뿌듯)에 초등 남학생이 하나 있다. 덩치는 크지만 형들하고 운동하면 아직 상대가 되지 못한다. 준비 운동도 설렁설렁 형들과의 운동도 설렁인 녀석이 근성을 드러내는 순간이 있다. 처음엔 좋아하는 누나와 상대를 하니 열심히 하나보다 생각했었는데... 요즘 녀석을 보니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어 근성을 발휘하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온 힘을 다하여 누나의 깃을 잡는다. 승리를 예감하는 동작을 하며 보여주는 녀석의 웃음... 두리번 거리다 그릴만하다...아니 잘 그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펜을 잡으면 항상 끝까지 가지 못한다. 그런데 나를 불러 펜을 잡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이상하고 또 이상해도 즐겁게 마무리하게 된다. 나는 그를 꼬시지..

지금, 이 곳 2014.07.03

수중 도시

오후 내내 후덥후덥하더니 퇴근 무렵 온 사방이 물방울로 가득차 흐릿 흐릿 보이는 골목을 걸으며 수중 도시 같더랬다. 이제야 시원하게 비가 내린다. 참 좋다. 참다 참다 꾸욱 참았다 쏟아내는 저 시원함이 ㅎㅎ 정겹고나... 오늘 오후 3시에 박력이 느껴지는 선을 긋고자 붓펜을 빼들었으나... 바들바들 떨리고, 소심소심.... 쳇 그래도 맘에 안든다고 내 손 탄 녀석을 버리지 않고 계속 함께했다. 점차 나아질꺼야라며 나를 다독여주면서... 선물 받은 그라인더인데... 딱 한 번 갈아봤다. 슬픈 커피 맛을 볼 수 있다. 슬픔이 묻은 선물이어서 그렇다. 아... 시원해

지금, 이 곳 2014.07.02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

머그컵은 잘 사용안하는데...일전에 내 손에 들어온 컵이 너무 맘에 들어 씻기 귀찮음을 이기고 잘 사용하고 있다. 실물은 더 예쁜데...어설픈 내 손이 칙칙하게 나타냈지만... 내 눈에는 기분좋은 모습 그대로이다. 하루 종일 뭐가 그리 즐거운지 싱글거리는 아이를 보며 저 웃음을 담고 싶다는 마음에 펜을 들었지만... 그 웃음을 다 담지 못하였다.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자기를 왜 그리 뚫어져라 쳐다보는지 궁금하다는 눈으로 생글거리며 쳐다보는데... 머쓱해져서 그냥 예쁘게 웃어서 봤다고 대답하고 펜을 내려놓았다. 매일 아침 출석을 부르면 지금 자신의 감정상태를 대답한다. 28명의 아이들 중 한 두명이 피곤하다는 대답을 하고 나머지는 죄다 기대된다 아니면 즐겁다라 대답한다. 아이들의 들뜬 대답 소리에 나 또한..

지금, 이 곳 2014.07.01

만족과 불만족

몇 가지 물건을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고 택배를 기다리는 동안 참 마음이 들뜨고 즐거웠다. 원하는 시간에는 절대 배달을 못한다며 알아서 하라는 택배 아저씨의 태도와 송장 조회에서는 물건을 인수한 것으로 나오는 점이 기분을 확 상하게 하여 반품하겠다고 하였다. 택배는 수취거부로 반품 처리를 하였고, 물건이 아쉬운 나는 그냥 방문수령하였다. (짜증 백만개...수취 거부는 무슨...배달 거부지...쳇) 별 물건도 아니었지만 그냥 내 장바구니에 담았던 것이고 내 물건이라고 생각했던 것인데 놓아버리기 싫었다. 다시 물건을 찾고 담고 하기 싫었던것이다...게으름 택시비를 만원이나 써가며 이 더운 날씨에 골목을 오가며 한 손에는 도복을 들고, 한 손에는 박스를... 화가 날 타이밍인데 그닥...화가 나지는 않았다. 저..

지금, 이 곳 2014.06.30

진짜? 가짜?

마늘이 듬뿍 얹혀 감탄을 자아내며 등장했으나 마늘 맛은 실종!! 그래도 평일 퇴근하고 홍대까지 가서 미팅하고 저녁 식사까지... 이것만으로도 엄청 만족스러움. 중간에 다시 그리고 싶다는 마음 대신 찾아온.... 대충 끝내고 싶다는 마음. 건너가기 시작한 마음을 다시 빼앗아오는 기술이 생기고 있다. 요즘 내 결혼 게임을 너무 손쉽게 통과하고 있어 고민...의 결과물. 나를 사랑하는 사람 vs 나를 원하는 사람 쉬이 대답하지 못하리라 생각하고 만든 첫 질문.

지금, 이 곳 2014.06.29

만신창이

온 몸이 멍투성이 눈으로 보는 것은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정말 그렇다. 머릿 속으로 몇 번을 그려보고 나를 대입시켜 실행해보면....정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 눈으로 본 것을 나의 뇌는 명령을 내리지 못한다. 한번도 사용해 본 적 없는 근육들에게 어떻게 움직이라고 알려주지 못하고... 대충 두리뭉실 접근하여 엉성하고 웃긴 자세와 근육통을 남긴다. 나의 왼 다리는 정말 만신창이다. 몇 해 전 아킬레스건 완파로 수술한 후 비가 오는 날은 귀신같이 쑤시고, 타고난 귀염 귀염 발가락으로 인하여 오래 걷기도 서있기도 극복해야하며, 희한하게 운동 후유증으로 생긴 멍도 죄다 왼다리... 하지만 작년부터 날 괴롭히는 한포진은 고맙게도 오른 발에만 자리 잡았다. 왼다리만 공략하기에는 미안했는가보다....

지금, 이 곳 2014.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