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스케치북은 띄엄띄엄 쓰고 다 썼노라.
두 번째 스케치북은 조금은 더 즐겁게 하지만 꽤나 많은 순간을 중간에 놓아버렸다. 그렇지만 다 썼노라.
세 번째.
화요일 오후 두 시. 사마귀에게 햇볕 공격을 할 요량으로 운동장 벤치에 앉았다.
두 눈 가득 들어오는 학교 건물을 보며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끄적거렸다. 정말 좋은 날이었다. 얼굴에 기미가 마구 생기겠지만 이 가을 놓치고 싶지 않은 볕이었다.
이제 곧 심사일. 갈수록 재미있고 어려워서 모른척 포기하고 싶은 기술들을 마구 알려주신다. 하루 빠지면 더 빠지고 싶은 유혹이 생기지만...
오늘은 수요일.
비온 후 시원하고 쨍한 날.
지난 이틀 혹사시킨 근육들에게 휴식을 주는 날.
거하게 저녁 먹은 날.
아무것도 안하고 빈둥빈둥 거린 날.
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