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을 열어서 마지막 장을 덮기까지 만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무엇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다 읽고 떠오른 책이 훌훌이었다. 뭔가 결이 비슷하다. 방점을 찍으며 이것이 엔딩!이라는 식으로 끝내지 않는 것 또한 ... 청소년 소설이라서 그런 것일까? 훌훌을 읽고 좋았다던 친구에게 마지막 페이지를 읽자마자 문자를 남겼다. 고요한 우연. 꼭 읽어봐. 읽고 이야기하자. 라고... 학교가 배경이어서 비슷한 소재의 사건이 등장한 것이겠지만 조별과제 사건은 작년 도덕시간에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던 '앱을 설치하시겠습니까'라는 이야기(열다섯, 그럴 나이 / 우리학교)와 유사하다. 적극적인 아이와 그 아이를 서포트해주는 아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하지 못하지만 나름의 용기를 내보려는 아이, 그리고 한 아이의 구도... 또래 집단에서 쉬이 볼 수 있는 구도이기에 아이들은 그 누구에게서라도 자신을 찾아볼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읽어주었던 이야기. 이 책에서는 주요한 사건은 아니지만 온라인상에서의 갈등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 개인적으로는 이 소재는 조금 아쉬웠지만 책의 재미를 반감시킬 요인은 전혀 아니다.
흔한 이름처럼 평범해서 재미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다는 수현.
단단한 아이 그래서 곁에 있는 사람도 자신의 두 다리로 서게 만드는 지아.
다가가고 싶지만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바라만 보는 고요.
어느 집단에나 있는... 꼭 하나는 반드시 있는 모두의 사랑을 받는 아이 정후.
배경같은 아이. 언제부터인지 시선을 잡아끄는 따스한 우연.
그리고 나에게 이 책에서 가장 매력적이었던 인물이 누구냐고 묻는다면...단연 수현의 엄마!
정말 중요한 등장 인물들은
나비와 아폴로
mare_tranquillitatis
the_eagle_has_landed
moon_of_micheal_collins
(작가님이 꽤나 낭만적인 분이라 느껴지는 작명 센스)
오늘 일을 장난이라고 해도 되는 걸까. 이건 명백한 괴롭힘이었다. 아이들은 고요가 먼저 미움받을 행동을 했다고 말한다. 미움받을 행동을 하면 괴롭혀도 괜찮은 걸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면 상대를 괴롭힐 권리가 주어지는 걸까. p.59
아폴로 11호의 탑승자는 닐 암스트롱, 버즈 올드린, 그리고 마이클 콜린스까지 모두 세 사람이었다. 그러나 앞의 두 사람과는 달리 마이클 콜린스는 달에 착륙하지 못했다. 사령선의 조종사였던 마이클 콜린스는 암스트롱과 올드린이 달에 발자국을 남기는 동안 우주선에 홀로 남아 달의 궤도를 비행했다. 그는 48분 동안 지구와도 교신이 끊긴 채, 오롯이 혼자서 달의 뒷면을 바라보았다고 한다.
달을 눈앞에 두고도 발을 내디딜 수 없었던 마이클 콜린스. 이우연이 미술 시간에 그렸던 달의 뒷면. p.78
아폴로가 불쌍하고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었는데. 그냥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좋았을 뿐이다.
-가여워서가 아니라, 그냥 주고 싶었어.
-마침 나한테 먹을 게 있었고, 내가 해 줄 수 있는 거였으니까. p.106
-퍼즐의 한 조각 같은 거야. 전체의 한 부분일 때만 의미가 있는
괜스레 미안했다. 내가 처음으로 이우연을 의식했을 때, 나는 그 애를 그림의 배경 같다고 생각했다. 빈 구석을 채워 넣기 위해 그린 그림. p.155
"그때 알았지. 아, 수현이 너는 너만의 방식이 있구나. 나는 참으로 다정하고 단단한 아이를 낳았구나. 코끝이 찡해졌지."
스스로 빛을 내지 않아도 밝게 빛나는 별이 있다고 말해 주던 다정한 목소리가 떠올랐다. 자신은 스물세 번째 피규어라고 했던 이우연의 말도 떠올랐다. 나 또한 그 어디쯤 서 있겠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나는 엄마의 특별 한정판은 아니지만 엄마에게 꼭 필요했던 피규어다. 그걸로 됐다. 그러면 충분했다. pp.188-189
나는 범인을 색출해서 다시는 이런 일을 할 수 없게끔 만들 수 있는 능력은 없지만, 책상을 깨끗이 치우는 일은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그저 임시방편에 불과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것이 내 마음이었다. 답답하고 미련해 보일지라도 이게 내 방식이니까. p.194
마이클 콜린스에게는 달을 탐사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임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동료의 귀환을 기다리는 것, 무사히 탐사를 마친 동료들과 함께 지구로 돌아가는 것. p.227
"나는 안타까웠어. 할 수만 있다면 기준을 바꿔서라도 행성이라는 이름을 다시 붙여 주고 싶었어. 그땐 미처 몰랐거든. 우리가 어떤 이름으로 부르든 명왕성이 별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꼭 행성이 될 필요는 없는 거야." p.231
청소년이 주인공인 이야기들은 특유의 벅차오름이 있다. 미성년자라고 부르며 성인들의 도움과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 하지만 그들만의 색깔을 나타내며 자신만의 속도로 각자의 몫을 찾아간다. 이 이야기 속에 나오는 아이들은 모두 그런 미성년자의 모습으로 당당하게 서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모습이... 나를 받아들이게 되는 모습이... 작은 선의를 쌓아가는 모습이... 당연하게 익숙한 광경이되면 좋겠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아이들의 세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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