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 9

영원한 관계는 없지만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채운에게는 뭉치. 지우에게는 용식. 소리에게는 엄마. 채운에게 지우와 소리. 그리고, 엄마가 지우에게 소리와 채운. 그리고 선호 아저씨가 소리에게 지우와 채운. 그리고 아빠가 마지막 끈이라고 생각하던 것이 끊어졌을 때, 아공간에 홀로 떠 있다고 생각한 그 순간 희미하게 보이던 다른 끈이 선명해지기 시작한다. 영원한 관계는 없다. 유한한 존재이기에 언제까지고 함께 할 수 없기도 하고, 어느 순간 관계성이 달라지기도 한다. 소리처럼 스스로를 고립시켜 자기를 지키기도 하고, 채운처럼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회피하기도 한다. 지우처럼 자신을 던져 소중한 무엇을 지키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어떤 방식이든 외롭고 막막하다. 나를 향한 또 다른 손들이 있음을 알기 전까지는... 등장 인물들이 보여주는 이야기는 한 문장..

들려주고픈 2024.09.26

파괴적인 이야기들

뭐라고 말해야할까? 도서관 서가에서 마거릿 애트우드의 단편 소설집을 보고 고민도 없이 들고 나왔다. 시녀를 재미있게 읽었던지라 각 작품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가 담겨 있지 않을까를 기대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이게 뭐지? 를 반복하며 앞의 3작품을 읽었다. 짧은 분량으로는 작가가 다룬 이야기들의 소재가 제대로 전달이 안되었다. 정확하게는 나는 따라가지 못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거지? 속도가 너무 빠르다. 소화가 전혀 안되는데... 읽다가 다시 돌아가서 읽어도 무슨 상황인지... 물론 이야기들은 기발하다. 읽는 내내 불쾌한 기분의 이야기들이다. 허세로 둘러싸인 속 빈 강정같은 남자들이 등장하고 죽음도 어리석음을 막지 못하고...   9편의 이야기(알핀랜드, 돌아온 자, 다크 레이디, 루수스..

들려주고픈 2024.09.24

금강산 신선대(설악산 국립공원)

가성비(?) 뷰 맛집. 무더위에 지쳐가던 8월의 첫 날 여름 휴가로 다녀온 산행. 가성비라고 적었지만 목적지까지 거리가 짧아서 적은 것이지 세상 편안하게 다녀오는 코스는 아니다. 산은 산이다. 경사가 꽤 가파른 곳도 있고, 작은 모래 알갱이들로 미끄러운 곳도 있으니 신발은 꼭 등산화를 신어야 한다. 3시간 정도의 산행으로 설악산 울산바위의 모습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화암사 1주차장을 지나면 화암사 입구가 나오는데 2주차장은 1주차장에서 요금을 내고 들어와서 화암사 입구를 지나면 있다. 1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올라가도 되지만 2주차장에 주차를 하면 조금 덜 걸을 수 있다. (산행을 갔지만 조금이라도 덜 걷는 방법을 찾는 ㅠㅠ) 화장실은 1주차장에 있고, 생각보다 깨끗한 편이었다. 2주차장에서 화암사 ..

그때, 그 곳 2024.09.23

독서의 기록

봄의 끝자락에 시작했던 독서 마라톤. 지역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인데 일정 기간동안 정해진 분량의 책을 읽는 행사이다. 이제 곧 끝나게 되는데 이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신 분들 일이 꽤 많아졌겠지만 참가자의 입장에서는 흥미롭고 즐거웠다. 무엇보다 자의 반 타의 반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을 수 있었다.(피드백을 해주는데 은근 조언을 잘 따르는 귀 얇은 1인) 예약한 도서가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고 도서관에 갔다가 계획에 없던 책을 한 권 들고 나왔다. 독서라는 테마로 큐레이션 된 서가에 놓여있던 책. 독서의 기록. 여러 책 중 이 책에 눈길이 갔던 이유는 책 뒷면의 "독서가 여전히 취미로만 머물러 있다면 이제는 '기록'할 때다!"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어떻게라는 궁금함도 있었고, 무용하지만 좋아하면 되..

들려주고픈 2024.09.20

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

쓰기와 말하기 중 내가 더 선호하는 표현 방법은 말하기. 쓰기는 글씨도 맘에 들지 않고 오래도록 남게 되다는 점이 큰 부담이다. 그럼에도 모닝페이지도 끄적이고 필사도 하고 가끔 블로그에 글도 남기는 등 쓰는 행위 언저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책장에는 쓰기 관련 책이 최소 5권은 나란히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아직 책장에 자리하지 못한 쌓여 있는 책들 중에도 한 두권 있고, 장바구니에도 한 권 들어있으니... 녹음이나 녹화의 방법도 있는데 좋아하지도 않는데 쓰고 싶어하는 이유가 뭘까?  도서관에 가면 특정 주제에 따라 책을 추천해주는 서가가 있다. 새로 도착한 책이 있는 서가 바로 옆 칸이어서 눈으로 한 번 훑어보다가 글쓰기 관련 추천 책들 중 제목에 끌려 책을 뽑아 들었다. 책 뒷면의 추천글에서 보게 ..

들려주고픈 2024.09.10

80억명 중 단 한 사람을 구할 수 있습니다. 축복일까요?

출간되는 책마다 이름이 적혀있다면 사고 보는 작가님이 있다. 구의 증명으로 처음 만났던 최진영 작가님이 내겐 그런 작가님이다. 희망의 한 자락도 남기지 않는 이야기 속에서 그럼에도를 찾게 되는 작품들. 이 책은 달랐다. 우리는 각자의 신념과 방식으로 신을 만나고 희망을 잡고 있다. 나약한 두 손을 가졌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각자의 노력을 놓지 않는다. 단 한 사람. 내가 이름붙인 단 한 사람. 임천자의 기적, 장미수의 악마, 신목화의 목표인 신은 무엇인가.  둘이었다가 하나가 된 나무. 부활한 나무. 시간을 초월한 생명. 무성한 생에서 나뭇잎 한 장만큼의 시간을 떼어 죽어가는 인간을 되살리는 존재.  p. 79 처음에는 그저 듣던 목수가 어느 날부터 목화의 말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들려주고픈 2024.09.08

Omne ignotumpro magnifico(모르는 것은 무엇이든 대단해 보이는 법)

문학 작품 속 캐릭터 중 살아 숨쉬는 것들이 있다. 내게는 셜록 홈즈, 드라큘라(빌런 세계의 최강 매력남이지 않을까?)가 문장 속 캐릭터가 아니라 실존(?)하는 인물들이다. 도서관에서 드라큘라 책을 보면서 2번 놀랐다. 왜이렇게 두꺼운거지? 나 드라큘라를 책으로 읽었던 적이 있었던가? 너무 익숙하고 유명한 이야기여서 책으로 읽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왜 한 번도 그를 탄생시킨 브램 스토커의 원작 소설을 읽어보려고 하지 않았는지...  초반부는 조너선 하커가 트란실바니아의 백작 드라큘라의 성에서 그와 만나고 그의 정체를 어렴풋하게 알게 되는 이야기이다. 드라큘라 백작의 능력(?)소개와 그가 꿈꾸는 큰 그림을 엿보며 미신이라 치부하고 있던 흡혈귀 전설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는 부분이다. 본격적인 드라큘라 백..

들려주고픈 2024.09.08

너의 시간. 오직 나만이 기억하는 그 시간.

여름의 귤, 푸릇한 초원의 소녀를 바라보는 교복입은 남학생을 그린 표지까지 풋풋한 첫사랑의 이야기려나? 라는 기대를 하기에 충분했다. 예측이 깨어짐은 또 다른 즐거움이니... 책의 주인공(?)인 선우 혁은 13년 터울의 형이 있었다. 형이 다니던 고등학교를 입학하게 된 혁은 그동안 막연하게 그리워하던 형을 찾아(?)나선다. 형이 가족의 곁을 떠났을 때, 혁이는 겨우 5살이었다. 형과의 추억은 엄마와 아빠가 들려주었던 이야기에서 구성된 것인지 자기가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서로를 아끼는 가족들은 형과 여전히 함께 살아가지만 상처가 될까 서로 조심하며 생활하는 모습이 책을 읽는 내내 슬펐다. 상실은 시간이 지난다고 없어지거나 옅어지지 않는가보다. 좀더 능숙하게 감추거나 견디는 요령이 ..

들려주고픈 2024.09.05

기억하겠습니다.

플래툰, 7월 4일생, 굿모닝 베트남 등의 영화로 청소년 시절 베트남 전쟁을 영화로 만났었다. 미국인의 시선으로 바라 본 베트남전쟁을 자연스럽게 만났었다. 베트남전쟁을 배경으로 한 우리 나라 영화는 알포인트, 님은 먼 곳에 정도가 기억에 남아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참전을 결정하였고 이 땅의 젊은 청춘들이 돈을 벌기 위하여, 나라의 부름에 응하여, 낯선 환경의 전쟁터로 나갔다. 이 책을 읽고 제일 처음 들었던 의문은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에 빠지지 않는 장면인 반전 시위 장면이 우리 나라 영화에서는 왜 볼 수 없었을까? 였다. 당시 우리 나라의 참전 군인은 적은 수가 아니었는데... 심지어 전쟁의 잔혹함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알고 있었는데... 책을 덮으며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구나라는 생..

들려주고픈 2024.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