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곳 188

다육이 꽃을 보여주다.

2022년 책상 옆 자리 친구. 동네 장터에서 온 다육이. 어느 날 뭔가 삐쭉 올라와서 저거 혹시 꽃인가? 라며 사진 한 장을 남겼다. 뭔가 삐쭉 올라온 것만 봐도 신났다. 뭐지 뭘까? 근데 다육이도 꽃이 피나? 단 2-3일만에 주황빛의 꽃봉오리가 보이더니... 앗!!! 꽃이 핀다. 다육이도 꽃이 피네. 실제 색과 다르게 찍혔지만... 이쁜 꽃을 줄줄이 보여주고 있다. 나 산세베리아도 죽이는 손인데... 이렇게 예쁜 꽃을 보여주고 내 마음에 반응해주어 고맙다.

지금, 이 곳 2022.05.03

앗! 뜨겁네.

날이 더워졌지만 그래도 아직 실내는 덥지 않다. (일단 내 기준으로는) 살짝 쌀쌀하기도 하고 주문실수(?)로 대량 구입하게 된 믹스커피도 해치워야 하고 겸사 겸사 텀블러 2개에 뜨거운 물을 받아온다. 텀블러를 씻고 뜨거운 물을 연속으로 받을 수 있게 레버를 고정시켜놓고는 컵을 씻으려고 물을 받았다. 뜨거운 물을 받을 때는 늘 긴장하고 옆에서 지키고 서있는데 오늘 잠깐 방심했다. 재빨리 컵을 헹구려고 컵을 잡았는데 따뜻한 물이 흘러넘치며 손에 닿았고 너무 좋아서 이미 다 씻은 컵인데 그걸 다시 한 번 씻으면서... 아... 따뜻한 물 좋다... 이런 잡생각이 드는 순간 뜨거운 물을 받고 있던 텀블러가 생각났다. 당연히 마구 흘러넘치고 있었고... 오늘따라 내 앞에 아무도 뜨거운 물을 받아가지 않아서 정말 ..

지금, 이 곳 2022.04.28

지금 이 순간

없다. 지금은 없다. 이번 주말만 되어도 내년의 봄을... 꽃을... 기약하리라. 지금 꽃을 보면서도 내년에는...이라는 생각을 하더라. 뭔 노무 약속을 그렇게 많이 선물처럼 쌓아두었을까. 두려워하지 말고 그냥 들여다보라는 말을 들으면서 도대체 뭔 소리인가 싶었다. 어떻게 들여다보라는 것인지. 의미는 전달되었지만 말의 내용을 분명히 이해했는데 뭘 어쩌라는 것인지 그냥 떠다니는 말들. 내 말들도 저렇게 공허하게 닿지 못하고 떠다니는 것들이 있겠지? 눈에 말들이 보이면 좋겠네. 그냥 떠돌아다니는 말들과 상대에게 닿아 그에게 스며들어 없어지는 말들. 떠돌아다니는 말들이 점점 쌓여 둘 사이에 전달될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줄어들어 서로에게 더 이상 닿을 수 없게 탁해져 버리는... (짧게 스친 생각이지만 발전시키..

지금, 이 곳 2022.04.11

마음을 드러내는 일

원래 좀 서투르다라며... 생각읕 표현하는 것이 마음을 드러내는 것보다 익숙한 편이라고 머쓱해하며 이야기를 했지만 원래 그런 사람인가라는 말에는 동의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반박하기가 쉽지 않더라. 누군가가 보여준 마음에 내 마음을 드러내는 일이 뭐가 어려웠던 거냐. 좀 부끄럽기도 하고 약점(약점이라는 단어가 맘에 안들지만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어서 일단 적어봄)을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날 숨길수있는 장치가 없는 듯한 그냥 벌거벗은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꾸며댈수 없는 상태가 되는 (표현의 한계가 있어 답답한데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있음) 기쁘다는 것도, 좋아한다는 것도, 설레인다는 것도, 화가 났다는 것도, 실망했다는 것도, 상처받았다는 것도, 슬프다는 것도 명확하게 표현하고 싶지 않다..

지금, 이 곳 2022.04.07

뭐였어?

믿는 사람이었지. 세상 가장 신뢰했다고. 그 입에서 나오는 말. 한 조각도 의심하지 않고 다 믿었다. 세상 다 의심해도 의심한적이 없다. 컴퓨터 하드도 맡길 수 있고 장례식도 맡아주면 좋겠고 같이 늙으면 좋겠고(함께 늙겠다는 것이 아니라 늙어가는 것을 보고 싶다는 것) 아... 개운하다. 말하고 싶었는데 넘 가볍게 흩날릴 것 같아 내 맘에만 잘 담았다가 써본다. 좋은 밤. 말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의지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모든 약속을 다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약속의 무게를 감당하고 지킬 수 있는 것은 신외에는 없다. 그렇지만 약속의 동기를 알수없기에 행동으로 평가하고 비난할수도 없는 것이다. 신이 아닌데 왜 철떡같이 믿었을까? 저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던..

지금, 이 곳 2022.04.06

재미였나? 욕구?

2022년 4월 4일 (날짜를 쓰고보니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도 이상함이 없을 날짜였군.) 흔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을 경험한 하루였다. 예전에 비슷한(실은 전혀 비슷하지 않은 일이지만. 이 일이 떠올랐다는 것에서 같은 범주로 인식하고 있다.) 일이 있었다. 화장실의 마지막 휴지를 사용하고, 갈아둬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잊었다. 그 다음 날 퇴근하자마자 화장실로 뛰어들어가서 변기에 앉자마자 아... 휴지하고 탄식했는데, 휴지걸이 휴지가 걸렸있던 일이 있었다. 변기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바로 전화기를 들어 조잘조잘 이야기했었다. 무섭기도 했지만 이야기를 하는 동안 무서움이나 두려움이 신기하고 재밌는 일이 되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던 듯. 무슨 일이라도 다 공유하고 싶어서(공유받고 싶어서가 더 가까운 마음)... ..

지금, 이 곳 2022.04.06

소리 알림

뭔가 좀 무서워서 간신히(?) 씻고 방에 들어와 누워서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뒷목도 좀 뻣뻣하고 아주 조금 긴장도 되고 해서 전기장판에 불 올리고 있었는데... 따다단 딴딴 거실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핸드폰은 내가 들고 유튜브 보고 있는데 그 폰에서 나는 알림 소리가 우리 집 안에서 들렸다. 난 폰 이거 하나인데... 집이 너무 조용해서 옆 집이나 윗 집 알림 소리 인가? 뭐지? 나가서 살펴봐야 하는데 방에 불 켜기 위해 일어나지도 못하겠더라. 한참 가만히 있다가 방에 불 켜고, 거실 불 켜고, 부엌도 켜고... 부엌이나 거실 쪽 소리인데. 오늘 제이티비씨...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더니... 때문에 계속 긴장이다. 합리적 사고... 잘 못 들은 것이다. 난 폰이 하나고, 진동 상태고..

지금, 이 곳 2022.04.04

합리적 사고

현관문을 열면 늘 발 아래를 내려다본다. 현관문 앞에 꽁치즈가 바짝 다가와있기에 문 밖으로 뛰어나갈까 걱정되고, 현관문을 빨리 닫으려다가 아이들 발이 문에 끼일까봐 걱정되어서 문을 열면서 아래를 보고 애들을 발로 살살 밀어 들여보낸다. 오늘도 역시나 문을 열고 고양이들과 실갱이를 하는데 이상했다. 커튼 뒤로 불빛이 보였고 소리가 들렸다. 텔레비전이 켜져 있었다. 가만히 서서 한참을 고민했다. 어쩌지? 전화해야하나? 누구한테? 거기서 생각이 멈췄다. 지금 생각하면 동생에게 전화했어도 되고, 당장 달려올수 없는것은 매한가지니 통화되는 누구에게라도 전화했어도 되는데... 네가 없다고 생각하니 아무 생각도 안나더라. 한동안 서 있다가 일단 집 안으로 들어갔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고양이들이 뛰어다니다가 테레비전..

지금, 이 곳 2022.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