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곳 189

운수 좋은 날

어쩐지라고 말할수도 없는 날이었는데 아침에 일어난 좋은 일 하나가 하루 종일... 힘들고 피곤하게 하였다. 한 달에 걸쳐 일어날 일들이 오전 중에 한 건. 오후에 한 건. 무슨 정신으로 해결했는지도 모르겠는데 액땜했다는 생각으로 묵묵히 해냈다. 운수 좋은 날처럼 연속 된 행운을 맛본것도 아니고, 액땜도 크게 했으니 ... 실은 보고싶어서였다. (이게 소름끼치게 싫은 포인트일테니 말하지는 않았다.) 상실이다. (내가 잃었다고 말하는 것이 내가 네게 던져두고 외면했던 것이라고 말하겠지만) 친밀감을 잃었다. (벌이다.) 원치 않았지만 처음 개입되었던 그 날부터의 내 태도를 사과했어야 했다. 그 날 내 태도가 달랐다면 이렇게 갑작스럽지는 않았겠지만 결국은 같았겠지.(결국 이렇게 될 일이었다고 생각하니 차라리 그..

지금, 이 곳 2022.03.24

화장실

기억이 몇 개 섞인 것 같은데 탁자와 귤. 유리 포트와 잔. 차. 책장. 겨울. 가로등. 골목길. 계속 참았다. 쉬가 마려웠는데. 잠깐 화장실 다녀오는 시간이 아까워서 그냥 앉아있다가 집에 갔다. 쉬 마려워서 집에 후딱 들어가야하는데 뭘 또 아쉽아쉽하다가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은 순간에 집에 들어갔는데 대문 열면서 ㅡㅡ 청바지를 세탁기에 던져 넣었다. 어디가서 말하지도 못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 화장실 시리즈

지금, 이 곳 2022.03.23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다.

산에 갈래?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다. 산을 오르면서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 정상에 도착하면 위험하구나라는 생각과 도착했구나라는 안도감이 있지만 뭔가 엄청 좋은 것은 아니다. 등산을 하면서 가장 큰 걱정은 다시 내려가는 과정이다. 오르는 내내 생각한다. 다시 이 길을 돌아와야하는데... 정상에 가까울수록 마음이 더 초조하고 무거워진다. 돌아갈 길이 더 늘어나니... 그러면 깔끔하게 뒤돌아 내려가면 되는데,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간다고? 라는 마음에 질질 끌려가는(누가 잡아끄는 것도 아닌데)냥 앞으로 향한다. 그러니 뭐가 좋겠는가. 등산이 좋은 이유가 단 하나도 없으면 안해도 되는 일이다. 나에게 의무가 있는 행위가 아닌데 하고싶어한다. 동경인가? 가벼운 발놀림으로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나를 상상해 본 적..

지금, 이 곳 2022.03.15

책임감

책임져! 내가 왜 책임을 져. 내 감정은 내 책임이라는 개소리를 접하면서 그런 뜻이었구나라고 생각하며... 좀 친절하게 말해주지. 쳇. 오늘에서야 멈춘 곳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관계가 있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대상은 따로 있다는 이야기였구나. 너와 나의 관계는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관계가 아니고 난 책임감을 운운할 대상이 아니라는 이야기였군. 누울 자리가 아닌 곳에 발을 뻗어서 불편했으니 발 뻗은 사람이 잘못이지. 누울 자리라고 착가했던 사람이 잘못이지.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었던 사람은 피해자지.

지금, 이 곳 2022.03.13

목소리

노트북이 고장났다. 문제가 생겼다 싶은 순간 마음이 막막했고 생각이 났다. 목소리가 듣고 싶더라. 바로 달려와서 대신 뭘 해주거나 뭘 어떻게 하라고 알려주길 바라지도 않고 그렇게 하지 않은지는 오래다. 내 스스로 알아서 하라고 별거 아닌데 예상치 못한 일이어서 그런가 선 때문인가 싶어서 다른 선으로 바꾸어서 연결해보고 기존 충전선에 다른 제품 연결해서 충전기 확인도 해보고 서비스센터를 검색해보고 운영시간 알아보고 접수도 하고, 상태도 설명하고 다 했다. 하는 내내 목소리가 엄청 듣고 싶었다. 이래서 싫어한거구나. 내가 해로운거구나. 뭔 청승이냐. 정신차려라. 여까지 신경쓸 겨를이 없다. 신경쓰이는 범주에 속하지 않아. 안중에 없으니 관련지어 생각하지 마.

지금, 이 곳 2022.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