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곳 189

물어볼까?

내가 답할 수 없는 것들을 붙잡고 물어보니 계속 상처만 내고 있다. 물어보면 간단한데 묻지 못한다. 물어보려면 어떤 대답이라도 들을 수 있어야 하는데 내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라면 난 화를 내지 않고 수용할수있을까? 확신할 수 없으니 묻고 싶은 것이 아니라 듣고 싶은 것이 있는거다. 내가 원하는 이야기를 듣지 못할 것이니 물어보는 것은 악수인 듯

지금, 이 곳 2022.03.02

관심

그게 다 관심인거지 밥은 먹었는지 잠은 잤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양말은 신었는지 머리는 감았는지 출근은 어떻게 했는지 다 관심이 있으니 애정이 있으니 궁금하고 말을 하고 간섭차럼 느껴지는 선도 넘게 되는거지 믿으니까 알아서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으니까 안묻고 묻고도 그럴만하니까 그렇게 했겠지. 하고 생각하면 믿으니까 어련하게 알아서 했을라고 도대체 대화가 왜 필요해? 안물어도 되는거지. 당연히 믿으니까 말하기도 전에 챙기고 필요를 채워주면 더 의존하고 걷지도 못하고 엉망이 될까봐 할 수 있는 사람인데 기대어서 아무것도 안하려고 할까봐 그렇게 안한다는 것이 관심이 없다는 말이지 귀찮다는 말에 꽃 달아놓은거지 널 믿으니까 너 스스로 할 수 있어. 날 찾지마. 물을 것도 없네. 믿으니까 다 잘 하고 있겠지..

지금, 이 곳 2022.03.01

잠을 편하게 잔다는 것이 보여주는 메세지가 있나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늘 불면증에 시달리는데 뭔짓을 해도 잠을 편히 잘 수 없는데 집 같은 사람을 만나 정신없이 자는 장면을 보여줌으로 둘의 관계가 얼마나 특별한지를 설명 하나 하지 않아도 납득시킨다. 아무것도 못 먹던 사람이 다시다같은 사람을 만나 입맛을 찾는 장면의 영화나 드라마는 없나? 뭔가 다채롭고 좋을 것 같다. 어제 엄마와 통화를 했고, 내가 보내주었던 기프티콘 사용법을 묻고 답하고 끊었다. 그저께는 몇 달만에 아빠와 통화를 했고, 컴퓨터에 깔린 한글프로그램 이야기를 해서 짜증내며 걍 아무거나 써도 된다고 대답하고 끊었다. 어제 동생에게 카톡이 와서 내일 엄마랑 아빠가 오신다고 했다고 말하는데 (나와는 연락을 자주 하지 않아서 늘 동생을 통해 ..

지금, 이 곳 2022.03.01

사과해야하나?

그냥 유야무야 구렁이 담 넘어가듯 갈수는없겠지. 마침표 찍고, 줄 바꾸기해서 새 문단 쓰려면 사과해야될 것 같은데 내가 잘못한 것은 알았는데 상대의 반응에 따라 내 반응이 다르면 잘못한 것을 알고만 있는거지 잘못을 인정한 것은 아니지 않나? 그럼 변명하고 싶은건가? 무엇을 위해서? 니가 오해한 것이다. 나는 이런 것이다를 이야기해서 뭘 하고 싶은데? 진실은 내 의도가 아니라 네가 느꼈던 것들인데 네가 느낀 것이 잘못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지? 듣고 싶은 말이. 기대하는 반응이 있는가? 내 영역이 아니다. 받아들이지 못할 반응이면 또 지랄하나? 지랄한다고 달라진 것이 있었니? 없었어. 그럼 기분이 풀렸니? 아니. 나중에 사과할 일만 늘어나지 내 영역이 아니야. 그럼 사과할꺼니? 해야지. 꼬투..

지금, 이 곳 2022.03.01

24시간이 모자라

생각을 그만하고 싶은데 계속 한다. 왜를 생각하지는 않는다. 답도 없는데 뭔가를 했다고 안다고 착각해서 안심하고 또 그렇게 살테니 아무 생각도 안하려고 드라마를 봤는데... 네가 사라져서 슬프지만 원망하지는 않아. 화 안나. 돌아올꺼라고 믿는 것도 아니고 너의 선택을 믿어. 네가 덜 힘든 곳으로 갔을거야. ... 함께 있지 않더라도 함께 일어나자.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힘들어도 내 옆에서 하라고 내가 필요하지 않아도 네가 책임지라고 네 인생인데 내가 주인공처럼 굴었는데. 굴욕을 느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틀리지 않았지만 방향을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네가 힘들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위해 버티라고 ... 나를 잃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를 위해 하라고 ... 와 ..

지금, 이 곳 2022.02.28

드라마를 보다가

전화가 울리고 통화 버튼을 누르며 여보세요 대신에 왜? 왜는 무슨 왜 우리 사이에 우리 사이가 어떤 사이인데 라는 할머니와 손녀의 대화를 보면서 그래. 내가 너무 훅 들어갔었구나에 생각이 멈추었다. 슬퍼지기 시작하자 거기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슬픔에 내가 날 밀어넣기 시작했다. 그럼 건져내는 것도 내가 하는 것? 내 마음이고 내 감정이니까 내 책임이고 내 탓이다. 기대가 컸고 내 기대가 망쳤다. 기대를 경계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더라면 괜찮았을텐데 처음이어서 타인인데 온전히 이해받는 듯해서 수용되는 그 기분이 너무 특별하게 느껴져서 우리라고 내 마음대로 불러 버렸고 훅 들어온 나를 제때 쳐내지 못했던 너를 나는 그런 기분이 필요할때마다 널 이용했다. 너에게 묻지 않았고 너에게 관심두지 않았다. 내가..

지금, 이 곳 2022.02.27

새벽 걷기. 오늘 생각이 멈춘 곳.

이렇게 잘 해주다가 버릴꺼잖아. 지금 다다른 곳은 저 신념은 진짜가 아니라는 것. 누군가를 버리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을테니 일종의 협박성 멘트였던 것 같다. 누군가를 버리는 사람은 최고 나쁜 사람이라는 신념은 내 것이었나보다. 뭐가 버림일까 생각하다가 오늘 다다른 곳.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것이 버림이라면 내가 영향력을 미치고 싶은 것인가? 무슨 영향력? 도움? 필요? 내가 필요하지 않다고 내 도움은 소용없음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지? 얼마 지나지 않은 일인데 잘 기억이 안나네. 네가 필요했니? 네가 도움이 되었니? 말문이 막혔었는데... 할 말이 없었다. 스스로에게 변명하지도 않았다. 눈물이 났는데... 화도 아니었고, 슬픔도 아니었던 것 같다. 무슨 감정이었을까? 억압 내가 가진 두려움때문에 네..

지금, 이 곳 2022.02.27

걷기와 두 번째 토끼

내가 나의 두 번째 토끼가 되어주어야 한다. 나를 케어하는 것은 나다. 누구도 내 엄마가 아니다. 나는 어른이니까 내 감정은 내가 돌볼 수 있다. 뭔가 좀 슬프고 그래서 징징거리고 싶고, 대화하고 싶어 전화기를 들었다가 잠깐 참았다. 그리고 걸으면서 두 번째 토끼가 되어주었다. 마스크가 고마웠고 비도 고마웠다. 내게 계속 이야기해주었고, 효과가 있었다. 온전히 사랑받는다고 느낌이었다. 사랑받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걷기가 유효했던 것인지 두 번째 토끼가 유효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내 감정을 말하지 않고 혼자 감당했다.

지금, 이 곳 2022.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