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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을 쬐다.

생각하는 것 조차 귀찮아서 될대로 되라 싶고 뭔지는 모를 감정들이 마음을 긁어대어 속이 상한 오늘 따스함에 이끌려 평소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계단에 주저 앉았다. 딱 넋 놓고라는 표현이 어울리게 한참을 앉아있다보니 따스해지더라 그저 따스한 볕의 끝자락에 앉아 있었을 뿐인데... 따스해지더라. 사람을 쬐고 싶은 날들의 연속이다. 사람 혼자 살아가는 거지... 라는 말을 되뇌고 있지만... 함께이고 싶어 더 저러는게 아니겠는가... 가만히 사람을 쬐고 싶은 날이다.

지금, 이 곳 2012.10.16

가을 엽서

너무 가깝고 편하다는 이유로 실은 더 많이 신경쓰고 조심해야 될 터인데 관계를 가꾸어 나감에 많이 거칠었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니 꽤 많은 시간을 우리라는 이름으로 보냈습니다. 마음의 벽이 두터워지는 것이 시간에 비례하는 것은 아닐진대 마음이 게을러 내가 해야할 몫을 시간에게 미뤄둔 듯 합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겨울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가을이라고 하기에는 아침, 저녁으로 너무 추워서...) 바쁜 생활 속에서 종종 (정말 자주 생각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지만...) 뭐 하고 잘 지내고 있으려나 궁금해지는데 막상 전화를 하거나 안부의 문자를 넣는 일은 망설여져서... 괜한 소심함 덕에 정말 간단한 인사를 나누는 안부 정도만 묻고 답하는 대화가 되버리는 것이 아닌가 싶어... 살짝 싫어지지만... 아닐것..

공작소 2012.10.05

leading lady

표현력이 지독하게도 부족한 나에게 흔적이 남는 글쓰기란 수만번의 망설임을 안겨주는 일이다. 늙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늦어버린 것 같은 어정쩡한 나이에 나 하나쯤...이란 생각이 자꾸 들어... 나에게 준 미션. 로맨틱 할리데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귀에 쏘옥 들어와 머릿속 한 자리를 차지한 단어. leading lady. 세상은 나 하나쯤 갑자기 사라진다하더라도 아무렇지도 않겠지만 내 세상은 큰 일이지 않을까? 근데 자꾸 내 세상은 버려두고 남의 세상 속에서 어정거리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내 감정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싶은데... 이게 뭔지 모르겠다. 슬픔도 아니고, 분노도 아니다. 어제 친한 직장 후배가 내 옆 자리의 직장동료와 사귀고 있음을 선언(선언이라고 하니 뭔가 거창한 느낌이다. 그렇다고 ..

공작소 2012.10.03

질투

질투: 원이지만 가질 수 없는 그것을 별것 아니라는 듯 갖고 있는 이에게 가난뱅이인지라 쓸 돈이 많은 부자가 엄청 부러운데 부자에게 질투가 나지는 않는다. 빨리 필름을 빼고 싶은 맘에 쉬는 시간 교실에서 그냥 셔터를 눌렀다. 저녀석들을 보는데... 질투가 스물스물 올라오더라... 뭐가 그리 즐거운건지... 나도 즐거우면 좋겠다. 땡볕에 말도 안되는 질서훈련을 하면서 흙먼지 속에서 내도록 쪼그려 앉아 기다리다가 겨우 5분 남짓 진행되는 줄다리기 하나에 혼신의 힘을 싣는다. 평소 좋아하던 것도, 기다리던 것도 아닌데 그 속에 있다는 이유 하나로 손바닥이 다 까지도록 목이 쉬도록 홈빡 빠져든다. 나도 나도 홈빡 빠져서 하고 싶다.

지금, 이 곳 2012.09.27

선물

십년이 넘는 학교 생활 속에서 만남을 가진 선생님들만도 수십명은 될 터인데... 오래 전 초등학교 시절의 인연을 잊지 않고 간혹 자신의 삶의 흔적을 보여주거나 이야기를 걸어오는 아이들이 참 고맙다. 얼마 전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나도 까먹는 내 생일에 안부를 물어주고 잊지 않고 가끔 자신의 안부를 전하던 녀석에게 수제(?) 편지를 받아드니 주책스럽게 눈물이 막 나더라. 교무실에 앉아 회의를 하면서 혼자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2장의 편지가 날 엄청 괜찮은 사람이 되게 해 주었다. 참 고마웠다. 거기다 너무나 멋지게 성장해가는 녀석의 청년의 때에 나를 동참시켜 줌이 어찌나 날 두근거리게 하였는지 청.출.어.람 이고 싶다던 녀석의 문자에... 숨 죽여 대답해본다. 나도 청출어람이고 싶다. 이미 녀석의..

지금, 이 곳 2012.09.26

선택하라 2012

카이트서핑 하는 사람의 빨간 카이트를 따라가고 있었다. 카이트 서핑 레슨 광고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고, 어쩐지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솔솔 올라왔으나 혼자 선뜻 나설 용기가 없었다. 전날 바다에서 놀다가 다쳐 핑계거리도 생겼다. 아쉬워하면서도 어쩐지 안심이 되어 살짝 들뜬채 해변을 나갔다. 12년 중에 절반 이상의 시간을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허둥대며 보냈는데도, 여전히 똑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다. (새로 시작한 은근한 기대작의 제목 처럼)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용기를 내보고 싶다. 마음 편해지는 이런저런 핑계들을 떨쳐버리고 순전한 나의 의지로 결정하고 뒷감당하고 싶다. 훗날 2012년을 떠올리며 작은 성장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 수 있으면 좋겠다. 완전 버닝하고 있는 응답하라, 1997을 ..

지금, 이 곳 2012.09.01

수박향기

에쿠니 가오리라는 이름 옆의 김난주 옮김. 나도 모르게 주워왔다. 만족스러움 매력적인 문장 어려운 단어나 지리하게 구구절절하게 적지 않아도 그 상황으로 나는 옮겨진다. 짧지만 너무나 적절한 단어들로 이루어진 문장 나는 또다시 무언가를 쓰고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혔다. 물론 다른 책을 집어드는 이 다음 순간 서서히 사라지겠지만... 책을 읽는 내내 나도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토록 무심한 문장들로 툭툭 던지듯이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들려주고픈 2012.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