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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시절 7.

나는 백수다. 불안한 나를 달래기 위해 내가 꺼낸 카드는 재충전이다. 재충전을 위해 오롯이 쉬라고 하면서 조금은 불안하다. 지금이 지난 그 뒤에도 백수일까봐... 그리고 제대로 쉬지 못했을까봐... 도대체 쉬는 것에 제대로라는 수식어가 어울리겠는가. 오늘 처음으로 알람을 듣지 못했다. 슬슬 백수가 되어가는 것인가? 나의 시간을 만드는데 얼마만큼이 걸릴까? 백수 7일차 나는 아직 타인의 시간에 종속되어 있다. 그래도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해서 길~게 오오래도록 놀아야지! 살짝 눈 감고 있었던 주거(?)공간이 거슬리기 시작함. 일단 나갔다가 퇴근해서 피곤하면 그냥 절로 무시할 수 있었던 것들이 무시할 수 없는 것들이 되어간다.

지금, 이 곳 2016.03.07

에어컨 다는 날

아.... 정말 별별 일을 다 겪게 되는 2016년이다. 에어컨 설치 위치 선정에 집에 거주하는 세입자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심지어 에어컨 주인은 세입자인데... 집주인이 고집했던 벽을 뚫다가... 배관 등장 및 파손. 하루 종일 공사를 하고 나서야 마무리. 시멘트 가루와 날리는 돌조각보다 힘들었던 것은 이 곳 저 곳 문을 열어보고 물건들을 함부로 만지고 개인생활에 심하다 싶게끔 간섭하는 집주인의 태도였다. 일단은 마무리 되었고, 집주인이 선심으로 도배지를 던져주고 갔다. 도배하라고.... 도배를 왜 못하냐면서... 별 것 아니라고... 해보니 별 것 아니었다. 보통은 돈 주는 사람한테 잘 해줘야하는 것 아닌가?? 세입자가 매월 돈을 주는데 왜 세입자한테 자기 편한대로 해도 된..

지금, 이 곳 2016.03.04

1Q84

Book 1...문을 열다. p.13 ... 그녀는 눈동자만 움직여 택시등록증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무면허 불법택시 같진 않다. 정규 택시미터기가 달렸고 정확히 요금을 새기고 있다. 2150엔이라는 요금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운전기사의 이름이 적힌 등록증은 어디에도 없다... p.23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제부터 평범하지 않은 일을 하려는 거예요. 그렇죠? ... 그래서 그런 평범하지 않은 일을 하고 나면 일상 풍경이, 뭐랄까,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어요. 하지만 겉모습에 속지 않도록 하세요. 현실은 언제나 단 하나뿐입니다. 눈동자만 움직여와 운전기사의 이름이 적힌 등록증이 없다는 2 문장이 택시라는 공공의 장소 같지만 폐쇄된 공간 속의 긴..

들려주고픈 2016.01.25

We need to talk about Kevin.

근래에 읽은 책 중에... 가장 속도가 붙지 않는 책이었다. 문장의 호흡이 맞지 않아서도 아니고 책의 내용이 흥미롭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오히려 몇몇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어 안달이었다. 거의 한 달 넘게 붙잡고 있다 1월이 되어서야 이야기의 끝을 보았다. 영화도 꼭 보고 싶다. 배우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나타내는지 궁금하다. 케빈과 엄마는 같은 사람이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다.

들려주고픈 2016.01.25

쓰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임경선/ 마음산책)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임경선의 글은 매력적이지 않다. 하루키에 대한 호기심이 아니었다면 이 책을 열어보지 않았으리라. 하루키라는 사람은 매력적이지 않은 문장조차도 덮을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뭐라도 쓰고 싶었다가 아니라 뭐라도 쓰게 되었다. 덕분에 하루키에게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읽는 내내 즐거웠다.

들려주고픈 2015.12.01

따스함이 묻어나는

나쓰미의 반딧불이저자모리사와 아키오 지음출판사이덴슬리벨 | 2015-07-10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이 책의 특징함께 추억하는 여름휴가 나쓰미와 싱고가 ‘다케야’에...글쓴이 평점 따뜻함보다는 따스함이라는 전해지는보다는 묻어나는이라고 쓰고 싶었다. 읽는 내내... 아 이 사람 단어 하나 하나를 참 신중하게 고르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참 이쁘게 묘사한다. 향수를 자아내는 '다케야'를 멍하니 바라보는데 부드러운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내 목덜미를 기분 좋게 간지럽혔다.그 바람이 '다케야' 뒤편 대나무 숲의 경사면을 순식간에 타고 올라가니 산 전체가 부르르 떨렸다. 흔들린 수천만 장의 대나무 잎들이 듣기 좋은 마찰음을 일으켰고 그 소리가 이번엔 대나무 숲에서 이쪽으로 미끄러져 내려온다.딸랑......하고..

들려주고픈 2015.09.22

검은 수련

검은 수련저자미셸 뷔시 지음출판사달콤한책 | 2015-02-17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 인상주의 회화가 미스터리 문학을 만나다모네가 그린 〈루앙 대성...글쓴이 평점 1. 지베르니와 베르농에 가고 싶음.2. 영국저택 사건 고양이 눈으로 바라본 소설이 뭘까? 3. 시어도어 로빈슨이 누구지? 4. 테오필 스탱랑의 키스는 어떤 그림이지? 누가 범인일까라는 범인에 대한 궁금증으로 마음을 몰아가지도 않고 범인을 알려주는 단서들에 대한 정보에도 인색하고사건으로 시선을 집중시키지도 않는다.추리소설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등장 인물들의 삶이 궁금하게 만들고지베르니의 골목 골목으로 인도하고 건물 하나 하나에 대한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 아라공의 작품에 대해 들려주는 작가의 시선은 꽤 부티나는 즐거움으로 다가왔고인물들 ..

카테고리 없음 2015.09.12

이공간

위화감. 처음 접하는 작가. 이노우에 아레노의 어쩔 수 없는 물. 서가에서 별 생각없이 쉬이 읽힐 것 같다는 근거없는 생각으로 들고 온 책. 재미있다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재미가 없다면 다음이 궁금하지 않았을테니... 재미없지는 않다. 한결같은 일상. 무슨 사건이 일어날 낌새도 전혀 없었는데. 작은 뒤틀림이 감지되는 순간이 있다. 책을 잡고 있으면 그 뒤틀림의 틈이 벌어져 다른 공간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 미스테리도 공포물도 아닌데 무섭다. 작가의 글은 진즉 끝이 났으니 그 뒤의 사연은 내 몫이다.

들려주고픈 2015.09.12